4대그룹 '문어발 자르기' 올해도 계속

  • 입력 2000년 1월 17일 20시 06분


현대 삼성 등 4대 그룹의 ‘문어발 자르기’가 한창이다. 후계구도 구획작업과 맞물려 주력사의 덩치는 키우는 반면 계열사 수는 크게 줄이고 있다.

다만 지난 연말 부채비율 목표 200%를 일단 맞췄기 때문에 작년과 같은 강도 높은 계열사 매각 등은 올해엔 일어나지 않을 전망.

현대는 지난해 무려 48개 계열사를 줄인 데 이어 올해에도 7개 계열사의 정리 혹은 분리계획을 발표했다. 4대그룹 중 유일하게 대상 계열사를 밝힌 것도 눈에 띈다.

인천제철이 강원산업과 합병하는 것을 비롯해 대한알미늄 현대유화 현대에너지 현대우주항공 등을 매물로 내놓았다. 통합 항공법인에 합병되는 현대우주항공엔 이미 영국 브리티시 에어로스페이스 등 외국업체들이 입질을 하는 상태. 그러나 관계사인 한국생명이 최근 조선생명과 합병해 올해 중 계열 편입되고 일부 분사기업들이 지분구조상 계열 편입될 가능성이 있어 올해말 계열사 수는 유동적이다.

4대그룹 중 재무구조개선 실적이 가장 양호한 삼성은 올해엔 계열사 축소보다는 기존 사업부문의 자산가치를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출 계획. 삼성은 지난해 중앙일보와 보광계열사 9개사를 분리한 것을 비롯해 에버랜드에 연포레저 등을 합병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계열사를 63개에서 40개로 줄였다.

LG는 지난해 합병을 통한 계열사 축소가 두드러졌다. LG금속을 LG산전에 합병하는 등 7개사를 주력사에 흡수시켰고 LG하니웰 등 4개사를 매각했다. 이 중엔 현대전자와의 빅딜로 홍역을 치른 LG반도체도 포함된다. LG관계자는 “올해에도 4개사를 더 줄일 계획이지만 아직 공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말 기준 33개사로 가장 적은 계열사를 갖고 있는 SK그룹은 2002년까지 22개사로 계열사를 더욱 축소할 방침.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주회사 설립기준 완화 여부에 따라 계열사 축소작업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국내외적으로 벤처바람이 강하게 일면서 획일적인 ‘계열사 수’ 규제를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벤처기업과의 자본합작이나 지분투자로 인해 지분이 상승할 경우 자동적으로 계열사에 편입되기 때문. 또 그룹이 각자 계열 분리한 사업부문을 통합하더라도 현행 공정거래법상 복수 그룹의 계열사로 편입시키는 사례도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발빠르게 구조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계열사 수는 일시적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면서 “계열사 수가 적으면 무조건 좋다는 식의 생각은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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