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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월 16일 20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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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세금리의 대표지표인 3년만기 회사채는 14일과 15일 이틀 연속 연 10.42%를 기록해 올들어 처음으로 오름세를 멈추고 보합세를 나타냈고 국고채 금리도 오름폭이 크게 둔화됐다. 미미하나마 금리안정심리가 반영되면서 3개월짜리 기업어음(CP)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한자릿수 금리유지’에 대한 정부의 거듭된 입장천명이 회사채 금리를 끌어내리는데는 실패했지만 최근 며칠간의 폭발적 상승세가 멈춰진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변화라는 게 채권딜러들의 설명.
▽금리 안정 이유〓근 열흘간의 급상승을 통해 적정치에 거의 근접했다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 금리상승으로 채권 값이 기대수준까지 떨어지자 그동안 관망자세를 취했던 시중은행과 연기금 등이 통안채 등 우량채권을 중심으로 매입에 나서면서 금리 오름세가 주춤해졌다.
물론 아직도 당국과 시장 사이에는 적정금리에 대한 시각차가 남아있지만 그 폭은 크게 좁혀졌다. 3년만기 회사채의 경우 한국은행은 연 10.3%, 채권딜러들은 연 10.6%가 적정하다고 판단하지만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한 상태여서 이 정도 차이는 큰 변수가 되지 못한다는 분석.
일부 채권딜러들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작년 12월 중순이후 JP모건 등 외국계 금융기관을 통해 잔존만기 1년 이내의 통안채를 중심으로 하루 500억∼1000억원어치씩 사들이는 현상을 주목하고 있다. 하루 채권시장 거래액이 1조원 안팎에 불과한 상황에서 이 정도 매수세는 거래심리 회복에 큰 도움이 된다는 평가. 현대증권 이문재딜러는 “금리가 고점에 달했다는 증거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2월 대우채 환매에 대비해 채권을 팔아 현금을 확보하는데만 열중했던 투신권의 유동성 사정이 다소 개선된 것도 수급 측면에서 유리한 요인으로 꼽힌다. 이달 들어 만기 6개월미만의 신탁저축 등 중단기 상품에 6조원 이상이 몰리면서 투신권의 채권매물이 눈에 띄게 줄었다.
한은 관계자는 “대우사태 이후 금융기관들이 돈을 초단기로 굴리는 상황이 반년 이상 지속되면서 안정적인 자금 운용처를 찾지 못하게 된 것도 채권거래를 활성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자금거래 심리가 다소 되살아나기는 했지만 제반여건상 금리가 단시일내에 한자릿수로 돌아가기를 기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분석이 지배적. 삼성투신운용 박성진과장은 “아직 은행 외에는 이렇다 할 채권 매수세력이 없어 시장기반은 여전히 취약한 상태”라고 말했다.
금리가 일정수준 아래로 내려가면 채권수요가 줄어 다시 금리가 오르는 과정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설명. 전문가들은 “시장금리가 당분간 한자릿수로 되돌아가기는 어렵겠지만 금리가 연초처럼 다시 뛸 가능성도 희박하다”며 이달말까지는 회사채 금리가 연 10%대 초반을 유지하면서 자금시장이 일단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