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는 당초 200만∼300만원 정도의 소액 신용카드 연체, 휴대전화통화료 체납 등의 신용불량자에 대해 블랙리스트를 해제해 달라고 금융감독원에 건의할 방침이었다.
또 불가피하게 부도가 난 부정수표단속법위반자 등 IMF 체제 이후 경제사범 가운데 형 집행이 끝났거나 벌금을 완납한 사람을 복권시키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었다.
국민회의가 이같은 방침을 세운 것은 7월말 현재 금융권에서 ‘주의거래처’ ‘황색거래처’ ‘적색거래처’ ‘금융부실거래처’로 분류해 거래를 제한하고 있는 연체자 등이 248만명에 이르는 등 신용거래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 중 누가 ‘경미한 사유’ 혹은 ‘불가피한 사유’에 해당되는지를 판단할 기준이 없을 뿐만 아니라 설혹 그 사유가 납득할 만하다 해도 구제여부에 대해 정부가 왈가왈부하는 것은 자본주의 논리상 맞지 않는다는 점.
이에 대해 은행권은 “똑같이 역경을 겪으면서도 가산을 팔거나 다른 빚을 내가며 꼬박꼬박 대출금을 갚아온 우량고객들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된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시민단체 일각에서도 “생계연체가 아닌 휴대전화사용료 연체까지 사면할 필요가 있느냐”며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국민회의는 “우리는 안만 제시했을 뿐 현재까지 확정된 것은 없다”(유선호·柳宣浩인권위원장)며 신중론으로 돌아섰다.
이와 함께 비리 공무원도 사면 대상인 것처럼 알려지면서 “법적 안정성을 무시한 은사권(恩赦權) 남용”이라는 비난이 제기되자 국민회의는 8일 당8역회의를 통해 해명에 나섰다.
임채정(林采正)정책위의장은 “우리는 비리대상자를 사면한다고 한 적이 없다. 처음부터 뇌물사건 연루자는 제외하고 경미한 실수로 징계받았거나 연대책임으로 처벌받은 사람을 사면한다는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고 해명했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