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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0월 25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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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으로는 문제될 게 없지만 이들이 우량채권을 인출하는 바람에 펀드 내에는 상대적으로 부실한 채권의 비중이 높아져 남아 있는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어 분쟁이 우려되고 있다.
25일 투신업계에 따르면 은행 등 금융기관들은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거나 긴급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수익증권에 편입된 채권을 실물로 사가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금융기관들은 원칙적으로는 대우채권 부분을 제외하고 수익증권을 환매할 수 있지만 정부의 창구지도에 묶여 있어 이같은 편법을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투신사 수익증권에 100억원을 맡긴 금융기관이 해당 펀드에 편입돼 있는 채권 중 100억원어치를 사고, 동시에 판매창구인 증권사에 환매를 요청하는 것.
사전 정지작업을 벌이지 않고 환매를 요청하면 “내줄 돈이 없다”는 말밖에 들을 수 없지만 이 경우 증권사는 채권을 팔아 유동성이 생긴 투신사로부터 100억원을 받아 금융기관의 환매요구에 응할 수 있다.
통상 금융기관은 투신사에서 채권을 살 때 시장 유통수익률보다 1%포인트 가량 낮게(비싸게) 매입하고 증권사는 중요한 고객인 금융기관의 손실을 일부 떠안는 것으로 알려졌다.
H투신 채권팀 관계자는 “연말 결산을 앞두고 100%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수익증권 비중을 줄이려는 은행 등 대형 금융기관이 최근 이같은 거래를 제의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J투신 관계자는 “금융기관들의 채권실물 인수가격이 시가보다 비싸기 때문에 잔존 투자자들은 이익”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유동성이 낮은 채권이나 부실채권 비중이 높아지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금융기관들의 수익증권 편법환매가 늘어남에 따라 이달들어 투신사 공사채형 수익증권 수탁고는 무려 18조5000억원이나 줄어들었다. 대우채 편입펀드의 주식형 전환(10조여원)을 감안하더라도 감소폭이 크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