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언제 바닥치나?]프로그램잔고 4000억원 선일때

  • 입력 1999년 10월 7일 18시 41분


‘악재는 모두 반영됐지만 수급이 문제다.’

요즘 증권 전문가들은 올해 한국 기업들의 수익성에 비춰볼때 최근 주가는 상당히 떨어졌다고 말하지만 정작 적극적인 매수에 나서라고 조언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가장 큰 이유중 하나는 수급불균형문제.

요즘 증시에서 수급문제의 핵심은 사려는 쪽보다 팔려는 쪽이 많아 주가가 하락압력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시장을 짓누르는 급매물은 크게 프로그램매수잔고와 미수잔고. 이 두가지 지표를 관찰하면 시장의 바닥이 얼마나 가까워지고 있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 두가지 급매물의 감소는 악성매물이 줄어드는 동시에 매수여력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두 지표가 바닥을 칠 즈음 종합주가지수도 바닥을 치고 상승기조로 접어드는 경우가 많다.

외국인이나 기관투자자가 이 물량들을 흡수해주면 증시는 상승장에 접어들 수 있다. 그러나 이들 물량이 소화되지 않은 채 시장에 쏟아지면 또 한차례 지수급락이 예상된다고 할 수있다.

▽프로그램매수잔고〓증권사 등 기관투자자들이 KOSPI200주가지수 선물과 KOSPI200에 포함된 대형주를 연계해 거래하는 것을 프로그램매매라고 한다. 선물이 주식현물에 비해 비싸지면 선물을 팔고 주식을 사는데 이를 프로그램매수, 반대로 선물이 현물보다 싸지면 선물을 사고 주식을 파는데 이를 프로그램매도라고 한다. 미리 컴퓨터에 입력한 값만큼 현선물의 가격차이가 벌어지면 자동적으로 매매되기 때문에 선물이 현물에 비해 저평가되면 언제라도 매물로 쏟아지게 된다.

이 물량이 6일 현재 9976억원으로 1조원대에 육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물량이 4000억∼5000억 수준으로 줄어야 시장이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선물거래란 주식 등 미리 정해진 특정 상품 및 수량을 매매 당사자가 약정한 가격으로 미래의 일정한 날에 인수 인도할 것을 현재 시점에서 약속하는 거래를 말한다.

▽미수금잔고〓미수란 증권사 위탁계좌에 들어있는 현금 주식 등에 대한 평가액의 몇배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외상으로 주식을 매수하는 것을 말한다. 증권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통 2.5배까지 주문이 가능하다. 미수로 산 주식은 주가의 등락과는무관하게 매수후 사흘째되는 날까지 해당금액이 추가입금되지 않으면 증권사가 강제로 매도하게 된다.

보통 개인투자자들이 장세를 좋게 예상하는 시점에서 급격히 늘었다가 주가가 빠지기 시작하면 줄어든다. 흥미로운 것은 개인들이 장세를 좋게 예상했으나 실제로 주가는 빠지는 경우. 9월말부터 최근까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경우 미수로 샀던 물량들은 추가입금을 통해 보유되기 보다는 급매물로 시장에 쏟아질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5일 현재 미수금 잔액은 5581억원. 전문가들은 이 금액이 3000억∼4000억원 수준으로 줄어야 장세의 본격적인 반전을 기대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용재기자〉y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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