全한은총재 "정부주도 경제운용 부작용 크다"비판

  • 입력 1999년 9월 15일 19시 40분


전철환(全哲煥)한국은행 총재가 정부 주도의 경제운용 방식을 비판하고 나섰다.

전총재는 15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서울 회현로타리클럽 초청 강연에서 “외환위기 이후 시장경제 원리의 도입이 추진됐지만 실제로는 정부 주도의 경제운용이 지속되는 등 경제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 변화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경제현안에 대한 주요 결정을 정부가 내리고 민간 경제주체들은 정부 지침에 맹목적으로 따르는 관행이 굳어지다보니 자율적 환경이 조성돼도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정부의 보호와 지시만 바라는 ‘피터팬 증후군’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

그는 “경제주체들의 문제해결 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구조개혁을 통해 새로운 시스템이 구축되더라도 결국 과거상태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경제정책은 경제논리를 기초로 결정되는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총재는 내년 이후 경제상황과 관련해 “높은 성장률을 계속 유지하려면 높은 물가상승률과 경상수지 적자의 확대가 불가피하다”며 “하지만 ‘세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는 환상에 사로잡힌 경제주체들이 의외로 많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은 관계자는 “내년도 경제를 낙관적으로 전망하는 재정경제부와 일부 대목에서 의견이 다르다는 점을 내비친 것”이라며 “팽창위주의 통화정책 기조를 다시 점검할 때가 됐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총재는 또 “정부는 가격 메커니즘이 시장에서 원활히 작동될 수 있도록 시장질서 유지를 위한 노력을 강화하되 가격결정이나 수급상황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는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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