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造船종주국' 부푼 꿈…경쟁력 日 크게 추월

  • 입력 1999년 8월 10일 18시 46분


‘일본은 조선(造船)종주국 자리를 한국에 넘겨줄 것인가.’

‘조선 강국(强國)’ 일본이 심각한 위기감에 빠졌다. 대부분의 업체가 적자를 보는 가운데 후발 경쟁국인 한국에 맹렬히 추격당하고 있기 때문.

일본업계는 인력이 노령화하고 설비가 낡아 구조조정을 서두르고 있는 반면 최신설비를 갖춘 한국업계는 이미 구조조정을 마치고 생산성 향상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여기에 엔화강세로 한국업계의 가격경쟁력이 크게 높아지자 1,2년 후엔 한국이 일본을 앞지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본업계 재편 몸부림〓일본 조선업계는 작년 미쓰비시중공업을 제외하고 모두 적자를 기록하는 심각한 경영난에 빠져있다. 일본정부는 이에 따라 조선업계 경쟁력강화를 위해 최근 운수성내에 ‘조선업계 재편 검토회’를 설치하고 7개 대형 조선소를 3,4개로 줄이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정부주도 구조조정과 별도로 미쓰비시중공업은 연말까지 조선부문 인력의 20%인 1000명을 줄이고 조업도 단축하기로 했으며 히타치 미쓰이 가와사키 등도 조업단축 사업매각 등을 추진중이다.

▽일본 경쟁력 하락세〓일본은 56년 건조량 세계1위에 오른 뒤 세계시장의 50% 가량을 차지했으나 75년 한국의 등장으로 40%대로 하락했다. 93년에는 한국이 832만GT(총t수)를 수주, 일본(753만GT)을 앞서기도 했다.

한국은 그후 일본에 3∼8% 뒤졌으나 지난달 월간 수주량이 100만GT를 넘어서는 등 본격회복세로 접어들어 현대 대우 삼성 등 각 조선소가 풀가동에 들어간 상태.

특히 최근 엔화강세도 한국업계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한일조선업계는 엔―달러 환율이 120엔일 때 한국의 가격경쟁력이 일본보다 18% 높고 엔화환율이 113엔까지 떨어진 요즘에는 적어도 20∼25%의 가격우위를 가진 것으로 분석한다.

▽설비 인력도 한국이 앞선다〓일본업계의 가장 큰 고민은 인력과 설비. 고용인력의 평균연령이 41.8세로 한국의 35세에 비해 6세 이상 많은 노령화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또 94년 이후 대규모 설비투자를 한 한국은 최신설비로 무장한데 비해 일본은 대부분의 설비가 70년대 건조된 것이어서 ‘품질’과 ‘납기’로 쌓아온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

지난해말 미쓰이조선은 노르웨이 선주로부터 수주한 선박의 납기를 6개월 이상 지연, 인수를 거부당했으며 미쓰비시중공업이 건조한 초대형유조선은 선체에 균열이 생기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영이기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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