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닫는 市-道 해외사무소 "세금만 쓰고 한일은 없다"

  • 입력 1999년 8월 9일 19시 21분


각 시 도가 해외시장을 개척한다며 경쟁적으로 해외사무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으나 사전준비 소홀로 대부분 막대한 예산만 낭비한 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9일 본보 취재팀이 조사한 결과 민선 자치단체 출범 이후 서울 부산 대구시, 강원 전북 전남 충남 경남도 등이 미국 일본 중국 등에 해외사무소를 설치했다. 또 경북과 제주도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해외무역관 등의 사무실을 임대해 직원을 파견했다.

그러나사무실임대료,직원 주재비용, 현지인 인건비 등으로 연간1억∼6억원을사용하는이들해외사무소의시장개척실적은 기대이하인것으로나타났다.

충남도 관계자는 “97년2월 미국 뉴욕 맨해튼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 설치한 해외사무소가 올6월까지 2년4개월간 60만달러(7억2천만원)어치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충남지역 업체들이 뉴욕에서 맺은 거래실적의 총계일 뿐이고 해외사무소가 자체적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한 실적은 거의 없다. 충남도는 지금까지 이 사무소 운영에 10억여원의 예산을 지출했다.

대구시는 미국 애틀랜타, 일본 나고야(名古屋), 중국 칭다오(靑島)등 3곳의 KOTRA 무역관을 임대했으나 실적이 저조하자 지난해 모두 철수했다.

KOTRA 뉴욕무역관 사무실을 임대했던 전남도도 2년 동안 1억6천만원을 쏟아부은 채 올 1월 철수했다. 96년 중국 난징(南京)에 설치된 전북도 사무소도 지난해 8월 폐쇄됐다.

특히 일부 해외사무소는 교민을 상대로 도지사 개인치적을 홍보하는 등 당초 개설 취지에 어긋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충남도 뉴욕사무소의 99년도 주요 업무계획서에는 ‘해외도민회 조직을 통한 도지사 이미지 구축’ ‘경영행정과 국제화에 앞서가는 도지사 이미지 부각’ 등이 포함돼 있다.

이와는 달리 일부 자치단체는 현지 사정에 밝은 회사나 교민을 해외진출 대행자로 활용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충북도는 중국 다롄(大連)에 있는 한국회사를 ‘해외무역충북사무소’로 지정해 무역업무를 대행토록 하고 있다. 광주시도 미국 일본 등 5개국에 거주하는 광주출신 교민을 ‘명예무역주재관’으로 위촉해 다른 자치단체의 해외사무소가 하는 일을 대신하도록 했다.

또 서울과 부산이 각각 중국 베이징(北京)과 미국 마이애미 등에 설치한 무역사무소는 지난해 각각 3127만달러, 1711만달러의 상담실적을 올리는 등 비교적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시는 베이징 외에도 도쿄(2명)로스앤젤레스(2명)뉴욕(1명)파리(1명) 등에 해외주재관을 파견해 놓고 있으나 주로 시정 홍보 등의 업무에 치중하고 있어 해외시장 개척 등의 분야에선 별다른 실적이 없는 상태다. 일본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의 국제종합센터내에 12평 규모의 해외사무소를 개설한 경남도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 자치단체의 해외사무소는 ‘주택단지내의 구멍가게 수준’으로 직원 숫자나 전문성이 부족해 실질적인 시장개척 활동은 어려운게 사실”이라며 “공무원 인사규정에 해외파견 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고 있는 것도 전문성 제고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우제량(禹濟亮·47)기획부장은 “상당수 자치단체들이 언어능력을 갖춘 전문인력과 해외시장에 대한 사전 연구없이 해외사무소를 열어 실패하고 있다”며 “해외진출에 앞서 현지 업체들과 면밀히 협의하고 전문가를 양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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