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파문 차단 특단조치]배경과 내용

  • 입력 1999년 7월 26일 00시 09분


금융당국이 대우쇼크를 조기 차단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정부가 25일 긴급 경제정책 조정회의를 열어 특단의 대책을 서둘러 내놓은 것은 속전속결로 대처하지 않을 경우 금융시장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수 있다는 긴박한 상황판단에 따른 것이다.

▽초고강도의 시장 안정대책〓정부가 한국은행과 협의해 내놓은 금융시장 안정대책은 시중에 돈을 최대한 공급해 ‘대우 충격’에 따른 자금경색이나 투신권 자금인출 사태를 막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투신권의 수익증권 환매사태가 계속되면 제2의 금융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해 당초 차관급으로 예정된 회동을 장관급으로 격상시켰다.

투신사에 대한 환매요청이 계속될 경우 한국은행이 투신사가 보유하고 있는 환매조건부채권(RP)이나 통화안정증권을 매입해 현금을 최대 22조∼23조원 풀기로 한 것은 정부가 이번 사태를 얼마나 심각하게 보는지를 증명하는 대목.

특정 투신사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현상만큼은 정부가 책임지고 막겠다는 의지를 시장에 강도높게 알린 조치로 해석된다.

정부는 투신사 공사채형 수익증권을 산 기관과 일반투자자들이 환매를 요청하면서 투신사들이 유동성 부족을 겪을 수도 있으며 이는 금융시장 혼란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투신사들은 또 대우에 대한 지원을 위해 2조5000억원의 자금을 필요로 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환매채와 통화안정증권 등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무제한의 자금공급을 결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투신안정기금 1조2000억원도 활용할 방침. 정부는 투신사에 대한 자금지원으로 급한 불을 끄고 이와 함께 콜(금융기관간 초단기 자금거래)금리의 하향조정 및 탄력적인 은행 지준관리를 병행하기로 했다.

▽정부 채권단 책임하에 대우 구조조정 박차〓계열사 독립법인화, 채권단의 담보주식 선(先)인수, 대출금 출자전환 및 감자 등 일련의 발표는 대우가 내놓은 구조조정 방안을 반드시 이행하도록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

채권단 주도로 계열사를 그룹에서 떼어내는 작업은 매물을 잘게 쪼개 인수후보들이 ‘먹기 좋게’ 만들겠다는 것으로 이를 위해 대우가 담보로 제공한 주식을 채권단이 먼저 인수해 계열사 출자관계를 해소하도록 할 방침이다. 그래도 매각이 쉽지 않을 경우엔 대출금 출자전환(Debt―Equity Swap)이라는 카드를 활용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생각.

연내에 조기매각이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대우그룹은 사실상 해체되어 ㈜대우와 대우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소그룹으로 재편될 전망. 설령 매각이 완료되지 않더라도 일단은 계열분리 절차를 밟아 마찬가지 결과가 된다.

▽저금리 기조 유지〓정부는 한국은행을 통해 시중 자금을 풍부하게 조성해 금리인상을 막는다는 방침을 여러차례 밝혔다.또 시중 금융기관간에 자금이 풍부해야 대우관련 투신사 등이 유동성 부족을 겪더라도 다른 금융기관을 통해 자금을 신속히 공급받을 수 있으며 추가적인 신용경색이 발생하지 않는다. 아울러 국내금리가 높아질 경우 기업들이 국내차입보다는 해외차입을 선호해 외채가 다시 늘어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박원재·정경준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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