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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6월 16일 00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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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시장〓장중 한때 지수가 30포인트 이상 폭락하는 민감한 반응을 보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충격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개장초 11포인트 하락하는 약세장으로 출발한 뒤 등락을 거듭하다 오전 10시경 남북함정간 교전소식이 전해지면서 ‘팔자’주문이 쇄도, 주가는 789선까지 수직하락했다.
그러나 투자신탁에서 주식값이 떨어진 대형우량주에 저점매수 주문을 낸데다 선물연계 프로그램 매수주문이 들어오면서 지수는 하락폭이 많이 좁혀졌다. 결국 전날종가보다 18.19포인트 하락한 803.72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주식값이 떨어진 종목은 하한가 7개 등 742개에 달했으며 상승한 종목은 상한가 10개 등 114개에 불과했다.
서해상 교전상황이 TV를 통해 시시각각 보도되자 당황한 일반투자자들은 ‘무조건 팔아달라는’ 투매성 주문을 냈다. 그러나 기관투자가들이 포철 삼성전자 등 대형주를 매집하면서 하락폭이 많이 좁혀지자 다시 매수에 나서는 등 이날 일반 투자자들은 기관들에 끌려다니는 모습을 연출. 외국인들은 전날 871억원어치 순매도에 이어 이날도 하루종일 매도공세를 펼쳤다.
HSBC증권 서울지점 이정자(李姃子)지점장은 “외국인들은 이날 교전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 있지만 대치상황이 지속될 경우 조정분위기가 좀더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
대신경제연구소 박만순(朴萬淳)수석연구원은 “향후 증시는 남북간 교전보다는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과 이에 따른 외국인들의 주식매매패턴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며 “조정국면이 깊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간접투자상품의 주식매수여력이 1조원 가량으로 줄어든 가운데 다음주 4조원의 유상증자가 예정돼 있어 수급측면에서도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이종우(李鍾雨)연구위원은 “남북간 긴장국면 지속으로 국가신인도가 하락하지 않는 한 남북문제가 증시에 미치는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미국금리 인상 가능성 등 주가하락폭을 크게 할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외환자금시장〓외견상 별다른 동요없이 정상적으로 거래가 이뤄졌고 환율이나 금리변동폭도 크지 않았다. 시내 은행 창구를 찾는 고객 수나 현금인출액도 평소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2.50원 하락한 1167.50원으로 오전장을 마감한데 이어 오후에도 달러당 1165∼1168원선을 유지했다.
외환딜러들은 “달러 물량이 여전히 넘친데다 남북간 교전사태가 전쟁으로 번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여서 달러화 약세가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남북한간 대치가 장기화할 경우 시장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산업은행 심재길 외환거래팀장은 “아직까지는 시장 수급만으로 환율이 결정되고 있지만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면 달러값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채권 금리는 남북한간 충돌의 영향을 받았지만 그 정도는 역시 미미했다는 것이 중론. 개장초 소폭 하락했던 채권 금리는 교전 소식이 전해지면서 거래심리가 위축돼 되올랐다. 거래물량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 3년만기 국고채와 회사채 수익률은 제자리 걸음을 했다.
은행 창구에서도 두드러진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국민은행 광화문지점의 경우 이날 하루 고객 수는 평소와 같은 1000명선을 유지했고 현금을 무더기로 인출해가는 사람도 눈에 띄지 않았다. 지점 관계자는 “객장 분위기나 고객들의 표정에서 특별한 변화를 느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박원재·이강운기자〉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