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官財界에 4大의혹說 확산…진정대책 시급

  • 입력 1999년 6월 4일 19시 26분


「고급옷 로비의혹사건」에 대한 검찰수사결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파문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가운데 여권의 실세들이 연루된 ‘로비의혹설’과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문서가 정가에 난무하는 등 정치권 전체가 뒤숭숭한 분위기다.

특히 재계 쪽에서 집중 나도는 것으로 알려진 이들 소문과 괴문서들은 과거의 ‘뜬 소문’성격의 루머와 달리 나름대로 구체적이고 상세한 정황설명까지 곁들여져 있어 의혹을 한층 증폭시키고 있다.

이같은 상황과 관련, 정치권과 재계 등에서는 “근거 여부와는 관계없이 이같은 의혹설의 증폭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는 점을 정부측이 인식하고 근원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요즘 정치권 안팎에서 난무하는 소문과 괴문서는 △전 현직 각료 부인들에 대한 거액로비의혹을 담은 ‘이형자(李馨子)리스트’ △여야의원과 전 현직 각료 등 10여명의 이름이 올라있는 ‘최순영(崔淳永)리스트’ △현 정권의 핵심실세들이 신동아그룹측 로비의 주대상이었다는 ‘몸통론’ △신동아그룹과 현 정권 핵심층간의 ‘빅딜설’과 음모설’ 등 크게 네갈래다. 이 중 ‘이형자리스트’에는 구체적인 정황설명까지 곁들여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이형자리스트 ▼

‘이형자리스트’는 최순영회장의 부인 이형자씨가 전 현직 각료부인들에게 거액의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주된 내용. 이씨가 2일 검찰수사발표 이후 언론접촉을 피해 함구로 일관하는 가운데 입에서 입으로 급속도로 퍼져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내용의 줄거리는 ‘이씨가 자신의 측근을 통해 지난해말 여권 실세의 집에 거액을 로비자금으로 전달했다’는 것. 또 이씨가 측근을 통해 로비에 도움을 준 전 현직 장관의 부인들에게도 거액을 전달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또 이씨가 지난해 고가의 미술품을 대량 구입했다는 설도 나돌고 있다. 특히 이 소문의 내용은 이미 여권 수뇌부에서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형자씨 측근은 “돈을 준 적도 없고 돈으로 로비를 시도한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한편 한나라당 이기택(李基澤)전부총재의 부인 이경의(李慶儀)씨는 최근 “5월초 이형자씨로 부터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鄭日順)씨가 김태정(金泰政)법무부장관의 부인 연정희(延貞姬)씨에게 밍크 코트를 세벌 보냈다며 억대의 옷값 대납을 요구, 이를 거절했다’는 얘기를 직접 들었다”고 언론에 밝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 최순영 리스트 ▼

‘최순영리스트’는 ‘옷사건’이 불거진 지난달말 경부터 문서화돼 나돌고 있으며 거론된 이름들은 국민회의 자민련 한나라당의 중진급 의원, 전 현직 장관, 전직 은행장 등 10여명이다.

검찰측은 “그런 리스트는 없다”고 부인하고 있으나 최회장이 재판과정에서 “대한생명의 대출금 8백80억원 중 일부는 용도를 밝히기 어려운 곳에 썼다”고 진술한 점에 비추어 “별도 로비가 있지 않았겠느냐’는 의혹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 몸통론과 빅딜설 ▼

‘몸통론’의 주된 내용은 신동아그룹측의 주된 로비대상이 여권의 실세들이라는 것.

이 소문은 ‘옷사건’ 초기부터 “핵심실세의 집에서 장관부인과 재벌총수부인 몇명이 모인 뒤 고급의상실에서 쇼핑을 했다”는 설이 나돈데서 비롯됐다. 여기에다 최근에는 여권 핵심실세와 모 재벌그룹과의 유착설까지 나돌고 있는 형편이다.

‘옷사건’에 연루됐던 한 관계자가 “나는 ‘깃털’에 불과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소문이 ‘몸통론’으로 불리며 급속하게 재계 등에서 번져나가고 있다.

한편 여권 핵심부와 최회장 부부간의 대생 관련 ‘빅딜설’은 그 실체가 불분명하지만 ‘몸통론’과 연계돼 회자되고 있다.〈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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