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가 고객관리 …하나銀, 「시스템」 7월 설치

  • 입력 1999년 4월 21일 19시 24분


99년8월의 어느날. 친척에게 1백만원을 송금하려고 주거래은행인 하나은행 지점 창구를 찾은 A씨.

전표를 건네주자 창구직원은 전과 달리 단말기 모니터를 스윽 훑어본다. 그러더니 그 직원은 “요즘 강남 땅값이 많이 올랐던데요” “작년에 반납했던 상여금은 돌려받으셨습니까”하고 물으며 빙긋 웃는다.

A씨는 적잖이 당황했다. 창구직원이 마치 자신의 ‘재산비밀’을 훤히 꿰뚫어보고 있는 듯했기 때문이다.

은행원은 이윽고 “요즘 괜찮은 수익증권이 꽤 많은데 한번 들어보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선생님같은 대기업 과장이라면 비자(VISA)카드가 필요하실텐데요”하며 슬슬 상품을 권하기 시작한다.

결국 A씨는 은행원이 권하는대로 두가지 수익증권에 가입하고 카드 발급 신청도 했다. 은행 문을 나서는 A씨는 점쟁이처럼 자신의 속마음을 짚어내는 은행원의 말에 아직도 얼떨떨한 표정. “도대체 어떻게 알았을까.” 이게 그의 의문이었다.

하나은행이 국내 처음으로 7월중 전 점포에 적용하는 혁신적인 금융정보시스템(SIS)의 위력을 보여주는 가상사례다.

SIS는 신용관리 수익관리 영업점관리 등 은행업무 각 분야의 최신 노하우를 창구 단말기에 연결한 마케팅지원 통합전산시스템.

이 시스템엔 ‘A씨는 보통예금과 비과세신탁에 가입중. A씨는 강남에 사는 30대중반의 샐러리맨으로 수익증권 가입 권유대상임. 최근의 금리 동향을 설명해주면서 가입을 유도할 것’ 등의 정보가 깨알같이 올라있다.

하나은행은 97년 4월부터 12억원을 들여 한국유니시스와 공동으로 이같은 시스템 개발에 착수해 작년 5월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하나은행은 5월중 서울 2개 점포에서 이 시스템을 시범운용한 뒤 늦어도 7월중에는 전 영업점에 전면 적용할 계획.

“국내는 물론 금융선진국에도 지금까지는 없었던 시스템”이라는 것이 하나은행측의 자랑.

이 시스템에 올라있는 △해당 고객에게 권유할 만한 상품 △우수고객에 대한 각종 서비스 혜택 △해당고객 접대요령 등은 60만건의 이 은행 고객 정보를 토대로 비용 수익 위험 등을 분석해 걸러낸 것.

이 과정에서 ‘돈 되는’ 고객과 ‘돈 안되는’ 고객을 분리해내고 차별대우하는 고객차별화가 고객 개인별로 이뤄진다.

하나은행은 ‘95대5 룰’을 믿고 있다. 은행에 돈 벌어주는 고객은 5%이고 나머지는 은행 수익을 거의 올려주지 못하거나 오히려 손해를 끼친다는 것.

하나은행 염장필(廉長必)전략정보팀장은 “단순히 예금에 많이 들거나 대출을 많이 한다고 우량고객은 아니다”면서 “고액 거래자 중에서도 PC뱅킹 등 은행이 부담하는 비용이 적은 거래방식을 이용하고 은행 빚을 제때 갚는 고객만이 우량고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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