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自-반도체 「빅딜」 가능성…삼성-현대선 강력 부인

  • 입력 1998년 10월 22일 19시 53분


현대의 기아인수를 계기로 삼성자동차와 반도체업종의 빅딜 진행이 급류를 타는 분위기다.

이번에 부상한 빅딜의 큰 골격은 삼성이 자동차를 양보하는 대신 모종의 반대급부를 가져 가고 현대는 반도체의 경영권 요구를 철회, LG와 동등한 지분으로 간다는 내용. 당사자인 삼성과 현대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정치권과 정부 재계일각에서 상당히 설득력 있는 대안으로 떠올라 해당업체로선 ‘자의반 타의반’으로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삼성자동차 ‘빅딜의 핵’으로〓박태준(朴泰俊) 자민련총재의 베이징발언으로 삼성 빅딜론이 핫이슈로 다시 떠올랐다.

박총재는 21일 중국방문중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와 삼성 모두 삼성자동차를 이대로 계속 끌고 가기는 힘들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며 “국내 자동차 산업을 현대와 대우 중심의 이원화체제로 재편하는 방향에서 삼성차의 처리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미 삼성 현대 대우간 물밑 교섭이 진행되고 있고 세 그룹간의 업종 교환식 빅딜이 연계돼 추진될 것”이라고 밝혀 모종의 협상이 진행중임을 내비쳤다.

박총재의 이같은 발언은 지난달 김우중(金宇中)전경련회장이 “정몽구현대, 이건희삼성회장과 자동차산업 이원화체제를 논의했다”며 “삼성의 투자금액 4조6천억원중 2조원은 현대와 대우가, 나머지는 삼성이 떠안는 방법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현재 삼성자동차의 금융권여신은 모두 3조4천억원. 삼성자동차가 단기적으로는 독자경영이 가능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연간 4천억원이 넘는 이자부담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어 양단간에 결단이 나올 것으로 보는 관측이 많다.

▼반도체도 새 국면〓여권의 고위관계자는 “당초 실사를 거쳐 현대와 LG 중 한 곳이 70%의 지분을 갖는 방안을 논의해왔으나 기아변수로 정부일각에서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언급, 지분에 대한 타협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는 “정부는 현대와 LG가 동등지분으로 40%씩 갖고 나머지 20%는 외국자본을 유치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와 LG는 경영주체를 선정하기 위해 현재 미국의 컨설팅회사인 AT커니와 베인&컴퍼니 중 한 곳에 양사의 반도체사업을 평가하는 작업을 맡기기로 하고 26일 제안서를 받을 예정.

정부의 한 관계자도 “현대와 LG가 경영권 선정을 위해 최소 1백만달러의 컨설팅 비용을 낭비하느니 기아를 인수한 현대가 다소 양보해 동등지분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느냐”고 말해 타협가능성이 높은 편.

재계에선 또 전혀 엉뚱하게 현대와 삼성이 반도체와 자동차를 서로 맞바꿀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현대―삼성 “터무니 없는 낭설”〓현대와 삼성은 “누가 이같은 소문을 흘리는지 모르겠다”며 펄쩍 뛰고 있다.

현대측은 22일 공식자료를 통해 “현대의 기아인수는 반도체 구조조정과 전혀 별개의 사안”이라며 “반도체 빅딜은 7대3으로 지분을 나누기로 한 당초 합의안에 따라 11월말까지 책임경영주체가 선정돼야 한다”고 재확인.

삼성 역시 삼성자동차 이대원(李大遠)부회장이 21일 사내방송을 통해 “당초 계획대로 투자를 계속하고 신차개발, 기존모델 다양화, 해외 선진메이커와의 제휴 등을 적극 모색하겠다”며 빅딜 가능성을 부인했다.

〈이영이·이희성기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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