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高 선풍」…금융시장 「맑음」

  • 입력 1998년 10월 9일 19시 35분


금융시장에 ‘파란불’이 켜졌다.

엔화가치 폭등(엔―달러 환율 하락)을 계기로 원화 환율이 급락하는 한편 금리가 하락하고 주가는 상승세를 타는 등 국내 금융시장의 안정 추세가 뚜렷하다.

환율은 1천2백원대, 금리는 사상 첫 한자릿수대 진입을 낙관하는 금융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환율 1천2백원대 진입할까〓도이체방크 서울지점의 신용석부장은 “기업들이 그동안 필요 이상으로 많은 달러화를 비축, 환율상승을 부추겼다”며 “엔화강세, 달러화 약세를 계기로 국내 외환시장에서도 거품이 빠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기업들의 실망매물이 쏟아지면서 거주자 외화예금 잔고가 수억달러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딜러들은 “결제수요 및 외채상환 수요를 위해 달러화 보유에 몰두하던 기업들이 이제는 달러화 급락에 따른 환차손 걱정때문에 보유물량을 털어내는 장세”라고 설명했다.

영국 차터드은행의 홍명식(洪明植)부지점장은 “다음주 4억달러의 합작자금이 유입되면 일시적으로 1천3백원선이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며 “갑작스런 환율 급락에 기업들이 충격을 받고 허둥대고 있다”고 말했다.

도이체방크의 신부장은 그러나 “내년 1∼3월 만기외채 상환을 위해 싼 값에 달러화를 사두려는 기업들도 상당수 있다”며 “외환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가시지 않은 상황이어서 반등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속락하는 금리〓금융당국의 금리인하 의지가 확고한 가운데 외환시장도 안정세로 돌아서자 금리하락 속도가 빨라졌다.

대우증권 채권팀 마득락(馬得樂)차장은 “현재 시판되고 있는 금융상품 중 회사채 수익률이 그나마 높은 편”이라며 “현재의 하락속도라면 조만간 장기금리의 한자릿수 대 진입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 7%대의 콜금리가 6%대로 진입하느냐 여부가 회사채 금리 추가하락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채권전문가들은 △자금이 풍부한 신설 투신사들이 회사채를 적극 매입하고 있는데다 △장기물 중심의 투자패턴이 정착되고 있는 점도 금리하락의 호재라고 말한다.

▼주가 상승세 지속될듯〓환율이 안정되고 금리가 하락하면 주가상승은 필연. 특히 엔화강세 달러화약세 현상은 동남아시장의 금융불안을 진정시키는데 기여,외국인들의 자금유입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외국인들이 8, 9일 이틀동안 무려 8백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한 것에서 이같은 사실은 충분히 입증된 셈. 대신경제연구소 장석희(張碩熙)투자전략실장은 “대내외적으로 투자여건이 많이 개선되고 있어 증시는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강운·이 진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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