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1차입찰 「유찰」가능성…4개사 『부채탕감』조건달아

  • 입력 1998년 8월 30일 20시 11분


기아자동차 낙찰자 선정을 바로 앞두고 기아측이 재입찰을 채권단에 요청하고 나서 기아의 1차 입찰은 유찰이 불가피해졌다.

기아는 30일 “이번 국제입찰이 4개 참여업체의 추가 부채 탕감 요구로 유찰할 수밖에 없게 됐으며 이에 따라 다음달 11일 재입찰해야 한다”는 의사를 채권단에 전달했다.

이같은 기아의 방안에 대해 채권단인 산업은행과 정부일각에서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기아입찰이 막바지 큰 혼선을 빚고 있다.

특히 입찰에 참여한 포드와 현대측이 입찰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주장하고 나서 특정업체로 낙찰되더라도 이들의 반발로 심각한 후유증이 예상된다.

기아입찰이 막바지 큰 혼란에 빠진 것은 현대 대우 삼성 포드등 4개 응찰 업체 모두가 입찰서류에 부대조건으로 부채탕감을 명시했기 때문.

4개업체 중 포드는 4조원, 삼성은 2조4천억원의 부채탕감을 요구했으며 현대는 신뢰할 만한 회계자료에 입각한 부채탕감액 결정이라고 표현했다. 대우는 최종실사 후 탕감액결정이라고 써냈다.

당초 채권단은 입찰서에 부대조건을 붙일 경우 불이익을 주겠다고 명시했으나 이들이 애매한 내용으로 부채탕감조건을 제시해 응찰업체들에 부대조건 철회여부를 뒤늦게 질의했다.

기아입찰사무국은 입찰 당시에는 입찰서류에 부대조건이 있을 경우 ‘심대한 불이익’을 준다고만 명시했으나 추가 질의서상엔 ‘심대한 불이익’이 ‘자격박탈을 의미할 수 있다’고 유권해석을 내려 문제가 더욱 복잡해진 것.

이 질의서에 대해 포드와 현대는 28일 “철회의사가 없다”고 통보했고 삼성은 “31일까지 해외컨소시엄 업체와 협의할 시간을 달라”며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대우는 당초 철회 불가의사를 전달했으나 삼성이 답변 유예를 요청한 사실을 뒤늦게 알고 유예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입찰사무국이 이같은 질의서를 보낸데는 부채탕감을 극력 반대해온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것.

결과적으로 4개 업체가 모두 회답시한인 28일 낮 12시까지 철회의사를 밝히지 않게 됨에 따라 기아입찰 대행기관인 앤더슨컨설팅과 파리국립은행(BNP)은 4개 업체가 자격을 상실한 것으로 간주해 29일 평가작업을 중단했다.

그러나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서류상 가장 평점이 높은 삼성이 31일 부대조건을 철회한다면 입찰이 유효한 것으로 보고 삼성을 낙찰자로 선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비치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은 2조4천억원의 부채탕감조건을 철회하고 기아 인수에 나설지, 아니면 재입찰을 시도할지를 아직 결정하지 못한 상태.

특히 정부 고위층 일각에서 삼성의 인수보다는 포드 인수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기아의 향방은 서류상 평가점수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것으로 업계에선 내다보고 있다.

통상적으로 국제입찰의 경우 입찰서류 마감 이후에는 일절 입찰서류의 수정이 불가능한 것이 관례.

이에 따라 포드 현대측은 기아입찰사무국이 발송한 질의서는 입찰서류의 중대한 수정을 의미하는 것으로 국제법상으로 실효성이 없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심지어 포드는 29일 기아입찰사무국에 보낸 서신에서 “유찰을 방지하기 위해 입찰심사과정에서 부대조건의 재해석을 요청한 것은 불공정한 시비를 만들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입찰이 공정성 논란으로 유찰돼 재입찰로 간다면 부채를 한푼도 탕감하지 않았던 채권단은 부채 추가탕감 등 훨씬 불리한 매각조건을 제시해야 하는 입장에 몰릴 수밖에 없다.

〈이희성·이용재기자〉lee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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