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재벌에 「전방위 압박」…『개혁 왜 미적거리나』

  • 입력 1998년 8월 14일 19시 56분


“무슨 일이 있어도 5대재벌은 이달말까지 과잉중복투자업종에 대한 자율구조조정안을 제출해야 한다.”(박태영·朴泰榮 산업자원부장관 13일 기자간담회에서)

“5대그룹은 수출을 금융수단으로 악용해왔다. 무역금융 요구에 앞서 수출산업의 구조조정을 실시해야한다.”(김원길·金元吉 국민회의정책위의장 13일 산업연구원 공동주최 토론회에서)

“스피디코리아는 (대우그룹의) 위장계열사가 명백해 조만간 김우중(金宇中)회장의 고발문제가 위원회에 상정될 것이다.”(이남기·李南基 공정거래위 부위원장 13일 기자간담회에서)

하루 동안 정부여당에서 쏟아져 나온 5대그룹을 겨냥한 발언들이다. 5대그룹이 이달말까지 자율구조조정안을 약속대로 제출하도록 전방위(全方位) 압박에 나선 것이다.

또 정부가 무역금융을 불허하고 금감위가 5대그룹을 대상으로 구조조정 실태파악에 나선 것은 정부의 재벌 정책이 그동안의 자율에서 서서히 강공으로 선회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정부는 7일 제2차 정재계간담회에서 10대업종의 중복투자 사실을 시인하고 월말까지 자율 구조조정안을 내기로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재계가 ‘딴소리’를 하고 있다고 불쾌해하고 있다. 이규성(李揆成)재정경제부장관도 최근 “5대 재벌들은 과거처럼 시간만 끌면 넘어갈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계도 정부의 밀어내기식 구조조정 압력에 불만이 많아 정재계의 갈등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14일 구조조정 실무추진팀 2차회의가 끝난 뒤 전국경제인연합회 손병두(孫炳斗)부회장은 “이달말까지 1∼2개 업종만 제시한 후 나머지는 정부측에 시간을 더 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5대그룹 구조조정작업에 참가중인 한 그룹임원은 “정부가 수시로 독촉전화를 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각 업종별 과잉투자여부를 검토하고 있지만 워낙 이해관계가 엇갈려 쉽게 합의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영이·박현진기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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