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락 『비상』…27일 1달러 1,209원

  • 입력 1998년 7월 27일 19시 08분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연일 큰폭으로 하락(원화가치 상승), 27일 달러당 1천2백원선이 겨우 지켜졌다.

엔화에 대한 원화 환율도 1백엔당 8백원대로 떨어져 주력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금융기관에 제공한 외화대출금 상환기일을 앞당기고 △외화표시 산업금융채권을 발행해 달러화 매입 수요를 늘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는 등 환율급락 방어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정부는 선물환 실수요증명제의 폐지도 검토키로 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에 비해 36원 급락한 1천2백9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장중 최저치는 1천2백8원.

이날 종가는 작년 12월4일 달러당 1천1백70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은행이 고객으로부터 달러화를 살 때 적용되는 현찰매입률은 달러당 1천1백74원대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수입이 계속 줄어 달러화 수요가 자취를 감춘데다 원화 자금이 부족한 기업들이 보유 달러화를 내다팔고 있어 당분간 환율 하락이 지속될 것으로 외환전문가들은 예상했다.

특히 엔화가 달러당 1백40∼1백42엔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원화가치가 상승(환율 하락)하면서 엔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1백엔당 8백54원으로 급락, 수출시장에 불안감을 확산시키고 있다.

엔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1월26일 1백엔당 1천3백96원까지 상승했다가 6개월만에 5백42원이나 급락했다.

외환딜러들은 “외국인들의 기업매수자금 등 국내로 달러화 유입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이 월말 자금수요에 대비해 보유 달러화를 내다팔고 있어 환율하락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통화당국이 달러화를 매입할지 여부를 주시하고 있지만 현재 상황으로는 직접 개입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여 추가적인 환율하락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재정경제부는 달러 수요를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다각적인 검토에 들어갔다.

시중은행과 종합금융사에 제공한 1백20억달러의 외화대출금을 당초 상환예정일인 내년 6월보다 앞당겨 상환토록 해 외환시장에 달러 매입수요가 생기게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재경부 고위관계자는 “최근 환율하락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며 “그러나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매입하는 등 직접 시장개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개인 및 법인의 외화보유한도를 확대하는 것이 외화수요를 부추기기에 적절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외환투기 등을 우려해 당분간 현행 보유한도인 연간 2만달러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강운·박현진 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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