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中企 외자유치『대기업 부럽지않다』…규모보다 수익중시

  • 입력 1998년 7월 23일 19시 27분


대기업 위주로 이뤄져 온 외국자본유치에 중소기업들이 잇따라 뛰어들어 실적을 올리고 있다. 외국 투자자들은 기업 규모가 작더라도 한 분야에 전문성을 갖추고 높은 수익을 올리는 중소기업에 대해선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한불화장품은 4월말 프랑스의 유명화장품 회사인 피토리에락사와 4백50만달러 유치 계약을 했다.

이는 국내 비상장 화장품업체 중에서는 최초의 외자유치 성사. 한불의 주식 10%를 액면가(5천원)의 10배인 5만원에 인수키로 해 조건도 매우 양호한 편이었다.

한불은 “89년 창립 이후 화장품 사업만 하면서 매년 20% 이상씩 고속 성장을 한 점을 피토리에락사가 높게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임병철(林炳喆)사장은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이 3.9%로 업계 평균 1.75%의 두배 이상을 내고 있는 점도 매력적으로 비쳤던 모양”이라고 말했다.

3일 무보증전환사채 발행 형식으로 3백만달러를 들여온 ㈜하림도 닭고기 전문업체로 경쟁력을 갖췄다는 점이 외국업체들의 관심을 끌어 외자유치에 성공했다.

하림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양계에서부터 사료 부화에 이르는 일관체제를 갖춘 국내최대 닭고기 업체.

김홍국(金弘國)사장은 70년대 중반 창업 이후 줄곧 닭고기만 파고들어 내수시장에서 28%의 점유율로 선두를 지키고 있다. 80년대 대기업 계열 업체들이 자금력을 앞세워 하림의 아성에 도전했지만 하림의 노하우를 이기지는 못했다.

하림측은 “관심을 보이는 외국투자자들이 많아 앞으로 한두건 정도 더 외자유치가 성사될 것 같다”고 말했다.

여성복 전문업체인 대현은 현재 1백억원 규모의 외자유치협상을 일본 업체와 벌이고 있는 중. 이 회사 신현균(申賢均)회장은 의류업계에서 21년째 여성복 한 분야만 고집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기업경영도보수적으로해와부채비율이 230%로 매우 양호하다.

대현측은 “투자협상을 벌이고 있는 외국기업에서는 우리 회사의 전문성에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자문 권영건(權靈建)대표는 “외국 투자자들은 국내 기업과 달리 기업의 외형보다는 재무구조와 사업성이 좋은 기업에 투자를 하려고 한다”면서 “앞으로 건실한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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