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 혁신안 확정]그룹별 한도책정…부실계열사 지원막아

  • 입력 1998년 7월 19일 19시 05분


은행권의 여신관행 혁신계획이 확정됨에 따라 지금까지의 비합리적인 여신관행에 일대 수술이 이뤄질 전망이다.

부실은행 퇴출과 부실채권 정리가 이미 곪아있는 환부(患部)를 도려내는 작업이라면 여신관행혁신은 은행권의 부실을 사전에 막기 위한 예방책이다.

특히 주채권은행의 총여신한도제와 여신심사조직 개편은 은행경영은 물론 기업의 자금조달 관행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우선 주채권은행을 통한 총여신한도의 관리가 이뤄지면 기업의 부채비율은 크게 낮아질 수밖에 없다.

금감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은행별로 기업의 운전자금 여신을 심사하고 금융기관간 정보교환이 잘 안돼 기업은 여러 금융기관과의 거래를 통해 과다한 운전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주채권은행이 여신한도를 종합 관리하고 관련 정보를 모든 금융권이 공유하기 때문에 신용도가 나쁜 기업은 자금 상환 압박을 받아 부채비율이 낮아질 것이란 예상이다.

더구나 그룹별로도 총여신한도를 책정해 관리하기 때문에 우량계열사가 부실계열사에 편법으로 자금을 지원하기도 어려워진다.

여신심사조직의 개편은 은행권이 한보사태 이후 은행장을 배제한 여신위원회의 신설 또는 강화를 통해 상당히 진척됐으나 이번 계획은 훨씬 폭넓은 내용을 담고 있다.

은행권은 본점 및 지정된 지역여신센터에서만 여신을 취급하기로 합의해 지점장은 기업여신 권한이 없어지게 된다.

금감위 관계자는 “지점장의 기업여신 권한이 없어지면 지점장과의 연분이나 사례금 제공을 통해 부실기업이 대출을 받는 관행이 없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전문심사역(3명 안팎)합의제 △심사역 실명제 △채무상환능력 평가중심의 신용평가등급제도 도입 등은 선진 금융기관의 여신심사제도를 받아들인 것이다.

외국계 은행의 심사담당자들은 한국 금융기관의 여신 심사가 제대로 되지 않는 이유를 제도의 후진성보다는 문화나 관행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국내 은행이 경쟁력있는 은행으로 거듭날지 여부는 이같은 계획이 실제 은행경영에 얼마나 뿌리를 내릴 수 있을지에 달려있다.

〈천광암기자〉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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