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수출기상도/10대 상품]의류외 9품목 먹구름

  • 입력 1998년 7월 19일 19시 05분


올들어 모처럼 활짝 웃었던 수출업계. 상반기에 2백억 달러의 무역 흑자를 내는 등 무너진 한국경제의 활로를 개척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같은 수출호조는 하반기에도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전망은 ‘노(No)’다.

해외 주요시장의 붕괴, 수출단가의 대폭 하락, 상반기 밀어내기식 수출의 한계…. 갖가지 걸림돌이 겹쳐 하반기 수출시장에는 먹구름이 잔뜩 끼여있다.

한국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10대 주력상품의 하반기 기상도를 살펴본다.

▼‘맑음’에서 ‘흐림’으로〓10대 품목중 상반기에 양호한 수출성적표를 낸 품목은 금속광 석유화학 선박 철강 반도체 의류 등 6개. 이중 의류를 제외한 5개 품목은 하반기들어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거나 감소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금속광의 경우 상반기에 무려 55.2%의 신장률을 보이면서 전체적인 수출 신장세를 이끌었던 품목. 그러나 하반기에는 금모으기 운동 효과가 사라지면서 증가세는 거꾸로 곤두박질칠 것으로 보인다.

석유화학은 상반기에 원료가격이 최저수준인 점을 활용해 공장을 풀가동하고 아프리카 중동 러시아 등 신시장을 개척해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국제시세가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는데다 상반기에 밀어내기 수출한 물량의 후유증으로 전망이 매우 어둡다.

한 유화업체 관계자는 “상반기에 작년보다 수출물량은 37% 늘었지만 수출단가가 20% 정도 하락해 금액상으로는 8% 증가에 그쳤다”며 “하반기에는 주요 시장인 동남아 중국시장의 경기침체가 심화돼 수출확대는 사실상 한계를 맞았다”고 말했다.

철강 역시 중국 일본 동남아 각국의 밀어내기식 저가 수출이 지속되면서 수출단가 하락세가 지속될 전망. 또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반덤핑 관세 부과 등 수입규제 움직임이 본격화돼 수출전선은 험난해질 것으로 보인다. 수출액의 13%를 차지하는 반도체는 세계적인 공급과잉 가격폭락 등의 영향이 크다. 특히 삼성 현대전자 등이 6월중 1차 감산에 들어간 데 이어 이번주 2차 감산에 들어가 수출호조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

선박은 2, 3년전에 확보해놓은 수주물량이 아직은 여유가 있지만 상반기의 부진이 하반기에도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운 실정. 작년말 IMF 이후 신용도가 낮은 중소 조선소의 실적이 거의 전무한 상태인데다 엔저 효과를 노리는 일본의 공격적인 수주도 큰 부담.

▼구름 걷힐 기미 안보이는 품목〓자동차 컴퓨터 섬유직물 가전품의 수출전망은 하반기에도 어두울 전망.

상반기에 수출이 3.6% 감소한 자동차업계. 주력시장이던 아시아시장의 침체, 엔화 약세로 일본차와의 가격차 축소 등 상반기의 악재는 계속 이어진다. 기아사태와 경제위기로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이미지가 크게 악화된 점도 하반기에 계속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

가전품은 연초부터 계속 상승세를 보이던 수출 곡선이 6월부터 하락세로 반전, 7월에는 더욱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에선 환율의 영향보다는 세계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으로 분석. 특히 TV의 주요 시장이던 독립국가연합(CIS)과 아시아 지역의 극심한 침체가 수출 하락세를 주도하고 있다.

섬유직물은 작년말 이후 환율상승에 따른 특수를 잔뜩 기대했으나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동남아 경기침체를 비롯해 중국 수출봉제수요 감퇴, 경쟁국 저가공세 등이 겹치면서 직물 수출업계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천대했던 의류가 효자품목〓의류업계는 상반기에 90년대 들어 처음으로 수출이 증가세로 반전했다. 원화평가절하로 대만 홍콩 등에 대한 가격경쟁력이 강화되고 미국과 유럽연합의 의류 경기가 호조를 보인 덕택. 그러나 업계에서는 “무역금융 마비, 원자재 확보난 등으로 오랜만의 호기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한 대형 의류업체 관계자는 “상반기에 수입신용장 개설이 안되는 바람에 원자재를 들여오지 못해 놓친 물량이 수천만달러어치나 된다”면서 “지난주에도 신용장 개설을 못해 4백만달러어치의 오더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명재·홍석민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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