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금융시장 아수라장…『세계공황 日서 시작되나』불안

  • 입력 1998년 4월 3일 19시 10분


3일 엔화가치 주가 채권값이 한꺼번에 폭락하면서 나타난 일본금융시장의 극심한 혼란상은 ‘경제모범생’ 일본도 위기상황을 맞을 수 있음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태풍이 휩쓸고 간 듯한 이날의 금융시장 모습은 그동안 상당수 전문가들이 우려해온 ‘일본발 금융공황’의 서막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확산시켰다. 엔화가치 주가 채권값의 동반폭락(트리플 약세)은 이날 정오경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미국의 신용평가기관 무디스사가 일본의 국가신용도와 정부발행 엔화채권전망 신용도를 낮췄다는 소식이 도화선이었다. 엔화 주식 채권을 팔겠다는 주문이 쏟아지면서 외환시장과 증권시장은 비명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혼란의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무디스사의 발표로 일본정부가 발행한 채권의 신용도가 바로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경제우등생 일본이 신용등급 조정대상에 포함됐다는 사실 자체가 금융시장에는 핵폭탄 같은 충격이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이날 오후 2억달러 이상을 투입하는 대규모 시장개입에 나섰다. 이에 힘입어 금융시장이 막을 내리기 직전 엔과 주식 및 채권의 투매현상은 다소 진정됐으나 불안감은 가시지 않았다.

이날의 금융위기 조짐은 98회계연도가 시작된 1일부터 뚜렷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내수위축에 따른 불황과 주가하락으로 97회계연도(97년4월∼98년3월) 결산에서 도쿄(東京)증시1부 상장기업의 평가손(評價損)이 3조엔이나 된 것으로 드러났다. 대기업인 시미즈(淸水)건설은 창업 이래 처음으로, 마루베니(丸紅)는 46년만에 처음으로 각각 적자를 기록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증권시장 분위기는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일본은행이 2일 내놓은 ‘기업 단기경제관측조사’에서도 주요 제조업의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기업상황판단지수가 3년1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나타나 당분간 경기회복은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전문가들은 “이제 웬만한 대책으로는 효과가 없어진 단계”라며 “실질적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강력한 대책이 없는 한 일본발 세계공황의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말하고 있다.

〈도쿄〓권순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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