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현실 무시한 여론몰이식 개혁』 불만

입력 1998-01-22 19:46수정 2009-09-25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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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측과 재정경제원이 재계의 사업교환 및 통합(빅 딜)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나선데 대해 재계는 ‘여론몰이식 경제정책’이라며 조심스레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22일 오전 임창열(林昌烈)경제부총리와 김원길(金元吉)국민회의 정책위의장이 “재계 빅 딜은 꼭 필요하며 이를 위한 지원을 하겠다”고 말한 데 대해 5대그룹 기조실장은 표면적으로는 협조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회동이 끝난 뒤 재계에서는 “새 정부가 시장원리를 무시한 채 산업개혁을 지나치게 서둘러 오히려 경제를 망치려 하고 있다”는 강경한 발언도 나오고 있다. 겉으로는 새 정부 정책에 따르는 척하면서도 뒤돌아서서 이를 비난하는 재계의 행태는 가능하면 개혁하지 않고 넘어가자는 것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이날 “그룹 총수들에게 무조건 비주력사업을 포기토록 하는 빅 딜은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 여론몰이식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또 헌법상 보장받고 있는 사유재산을 출연토록 재벌 총수에게 요구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짙다는 것이 재계 인사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현재 새 정부가 추진중인 구조조정 정책은 과거 80년대초 군부정권하의 중화학산업 구조조정과 같은 것”이라며 “기업 현실을 무시한 채 인위적으로 구조조정을 강요하는 것은 또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차기대통령이 13일 대그룹 총수들을 만난 지 수일내로 구조조정안을 내놓으라고 하는 데 대한 불만이 높다. 정부가 빅 딜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제도정비 작업도 시간이 만만찮게 걸릴 것이라는 지적도 따른다. 대그룹 비서실의 한 임원은 “정부가 오래전부터 구조조정을 지원하겠다고 해놓고 각 부처마다 입장이 달라 진전이 없었다”며 “먼저 정부가 제도를 정비한 다음에 재계에 구체안을 요구하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 〈이영이·이희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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