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재벌개혁]『어느 가지 치나』…살아남기 고심

  • 입력 1998년 1월 13일 20시 04분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과 4대 재벌총수들이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원칙에 합의함으로써 재벌개혁 작업이 본격화됐다. 이날 합의내용을 보면 그동안 재벌의 폐해로 지적되던 △빚더미 경영 △불투명한 회계장부 △족벌체제의 전횡 등에 대한 대안이 제시됐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결합재무제표 작성의 조기도입 △상호지급보증 해소 △재무구조 건전화 △핵심사업부문 설정 등으로 요약된다.》 ▼결합재무제표 작성〓99회계연도부터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결합재무제표 작성은 기업에 큰 부담이 될 것이 분명하다. 결합재무제표는 재벌그룹의 오너 등 최대주주 개인 및 친족 기타 특수관계인의 일정수준(현행 30%이상)의 지분소유는 물론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계열사의 경영실적을 합산해 작성한다. 그룹의 모기업이 계열회사에 대해 30%이상의 지분을 갖는 경우 등에 한해 재무제표를 합산하는 현행 연결재무제표보다 더 포괄적이고 강력한 제도인 셈. 이같이 합산할 경우 계열기업간 채권 채무 상호출자 매출 매입 등 내부거래의 거품이 사라져 경영실적은 결합재무제표 작성 이전에 비해 크게 나빠질 수밖에 없다. 일례로 L그룹은 해외 현지법인의 경영실적까지 합산했을 때 96회계연도의 결합재무제표를 작성한 결과 매출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46.9%, 47.0% 감소해 절반정도로 줄었다. 재계에서는 국제적인 회계기준(연결재무제표)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결합재무제표를 국내에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결합재무제표 작성 범위를 최소화해주는 지원책을 원하고 있다. 해외법인은 결합범위에서 제외시켜주고 결합재무제표의 작성 주체로 지주회사를 허용해주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상호지급보증 폐지〓재벌그룹 계열사들이 서로 빚보증을 서주는 상호지급보증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밝힌 기존방안대로 3월까지는 자기자본의 100%까지만 허용되고 2000년 3월까지는 완전히 해소해야 한다. 초과분에 대해서는 거래은행이 벌칙성 고금리를 매기든지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불이익이 주어진다. 이날 최종현(崔鍾賢)SK그룹회장이 밝혔듯이 특히 20∼30위권의 재벌들은 공정위 일정을 지키기가 빠듯할 전망. 이들은 지급보증 규모도 큰 데다 자금여력도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계열사 통폐합을 통해 지급보증을 흡수하거나 외국자본을 끌어들여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재벌들의 호소. 이밖에 정부는 과다한 차입을 막기 위해 현재 부채가 자기자본의 5배를 넘는 초과분에 대해서는 세제혜택(손비처리)을 주지 않는 것을 2000년부터는 4배, 2002년부터는 3배로 강화할 방침이다. ▼선택과 집중〓재벌들이 각자 ‘전문분야’를 설정해 회사의 힘을 집중,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그동안 방만하게 진행해온 사업분야에서의 철수가 불가피하다. 이는 상호지보의 해소를 통해 재벌그룹내의 자금여력이 줄어들 경우 필연적인 귀결이기도 하다. 계열사를 매각하거나 다른 재벌과의 사업분야 교환(빅딜)을 통한 사업집중과 중소기업 영역에 속한 분야의 과감한 사업이양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재벌들이 ‘영양가가 없는’ 계열사만 시장에 내놓는 등 불성실한 모습을 보일 경우 성과는 거의 없을 전망이다. ▼총수의 경영책임 강화〓소액주주의 대표소송권과 장부열람요건을 완화, 재벌총수의 전횡에 일반주주들이 제동을 거는 장치가 마련된다. 현재 정부는 소액주주요건을 현행 지분 1%(소송권)와 3%(열람권)이상 보유자에서 0.1%와 0.5%로 각각 완화, 주주들의 경영참여를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결합재무제표 도입을 통한 투명경영이 소액주주의 경영참여와 맞물리면서 재벌 총수 개인이 경영에 함부로 개입할 여지는 축소되는 셈. 또 법적인 권한이 없으면서도 전횡을 일삼아온 재벌그룹 회장실 조직을 축소하거나 철폐하고 전문경영인제도를 확립, 총수도 법적 책임이 있는 이사가 되거나 경영에 자신이 없으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이용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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