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포스트지는 29일 미국이 한국의 경제위기 구출에 나선 것은 경제를 자유화하겠다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 당선자의 의지를 확신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지난주 미국의 주도로 국제사회가 1백억달러를 한국에 긴급 제공키로 한 것을 73년 도쿄(東京)에서 납치된 김당선자가 바다에 수장될 위기에서 미국의 개입으로 살아난 것에 비유하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포스트는 당초 국제금융계는 김당선자가 금융시장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는 미숙한 사람으로 한국의 신뢰회복을 위해 반드시 요구되는 개혁을 하지 않을 것으로 우려해 왔다고 전했다. 그러나 김당선자는 외국 투자가들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훨씬 세련된 경제지식을 갖고 있으며 상반된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정치력을 경제분야에서도 발휘하고 있다고 포스트는 그의 참모들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서울의 고위 미 외교관은 『그는 선거에 당선된 이후 지금까지 한발짝도 잘못 디딘 게 없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포스트는 특히 김당선자가 국회에서 한국 경제의 실상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고 발언한 것이 환율과 주가 폭락을 자극했다는 해석에 대해 『이것은 국민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한 매우 계산된 모험』이라는 유종근(柳鍾根)전북지사의 말을 인용하며 그를 옹호했다. 김당선자는 22일 데이비드 립튼 미 재무차관을 만났을 때도 해고의 불가피성을 자발적으로 먼저 인정함으로써 립튼 차관의 의심을 잠재웠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포스트는 김당선자에 대한 진정한 평가가 대통령취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며 관건은 실업률이 5% 이상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는 노동환경에서 어떤 정치력을 보이느냐에 달려있다고 전망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