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시대/재계 반응-산업정책 시각]

  • 입력 1997년 12월 19일 20시 24분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후보의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뒤 열린 19일 주식시장에서는 대기업 주식들이 「정치바람」을 탔다. 삼성그룹 계열사 주식들이 대거 하한가를 기록하며 폭락한 반면 대표적인 호남기업인 금호그룹 삼양그룹 기아그룹 계열사 주식들이 상한가까지 오른 것. 주식시장의 이같은 움직임은 이번 선거결과를 바라보는 재계와 투자자들의 시각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다. ▼희비가 엇갈린 삼성과 기아〓유세과정에서 기아자동차의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해온 김후보의 당선으로 삼성의 기아자동차 인수가 힘들어졌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기아는 김당선자가 기아 정상화를 수차례 약속한 점과 호남출신인 진념(陳稔)그룹회장의 역할에 크게 기대를 걸고 있다. 삼성은 김당선자가 10월 열린 3당후보 합동토론회에서 『삼성이 자동차시장에 진입한 것은 국민경제 차원에서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지적한 적이 있어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 그러나 김당선자가 국제통화기금(IMF)체제하에서 기아정상화를 위한 뾰족한 수를 찾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 많다.산업은행 출자가 IMF의 반대에 부닥칠 가능성이 높으며 추가 자금지원도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 ▼불투명한 현대의 제철사업〓김당선자가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현대그룹의 일관제철사업 진출도 IMF체제의 틀안에서 기본적인 방향이 결정될 것이란 전망. IMF를 포함해 해외에서는 한국 철강부문의 공급과잉에 대해 우려하는 분위기여서 일단 현대에는 부정적인 환경이다. 게다가 DJT연대의 한 축인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가 철강산업이 국가경제의 기간산업이라는 이유로 민간기업 참여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어 현대의 제철업 진출에 장애로 작용할 듯. ▼DJ의 재벌정책〓김당선자가 여러차례에 걸쳐 재벌의 상호지급보증이나 차입경영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으로 미루어 지금보다는 훨씬 강도높은 재벌정책이 나올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IMF가 재벌의 사실상 해체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IMF와의 약속 이행」을 내세워 강력한 재벌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재벌은 재무구조개선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김당선자가 시장경제원리를 누누이 강조해온 만큼 정부가 강제로 산업합리화조치를 취하기보다는 그룹간에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영이·이희성·박현진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