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금사 추가 업무정지 배경]금융공황 막기위한 비상조치

  • 입력 1997년 12월 10일 07시 38분


정부가 부실종금 몇개사에 대해 추가로 업무정지조치를 취하기로 한 것은 금융공황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들 종금사를 그대로 놔둘 경우 금융불안이 증폭되면서 신용거래 자체가 중단될 상황이기 때문이다. 부실종금사들은 그간 부도를 모면하기 위해 자금시장에서 금리수준을 따지지 않고 급전(急錢)을 수소문해왔다. 이렇게 되자 은행과 은행간, 은행과 종금사간, 금융기관과 기업간 불신이 극에 달하면서 사실상 자금거래가 중단되는 미증유의 상황에 봉착한 것. 이 때문에 일각에선 대외지불정지(모라토리엄), 즉 국가파산 우려마저 나왔다. 이에 따라 우선 자금시장을 교란시키는 부실종금사의 업무를 정지시키고 나머지 종금사들에 대해선 한국은행 유동성조절자금 등 가능한 모든 자금을 지원하여 경영정상화를 도모하겠다는 게 재정경제원의 복안. 자금 여력이 있는 특수은행들은 나머지 종금사들에 콜자금을 지원하게 된다. 그러나 종금사에 업무정지조치를 내리면 거래기업의 연쇄도산이 우려된다. 따라서 정부는 은행 신탁계정이 한시적으로 기업어음(CP)할인업무를 취급하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종금사가 중개하고 은행신탁계정이 인수한 CP의 만기가 돌아올 경우 은행신탁계정이 이를 직접 매입할 수 있게 된다. 종금사가 영업정지되더라도 기업들은 은행으로부터 CP할인을 통해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 또 은행들이 영업정지된 9개 종금사에 물린 콜자금 1조4천억원을 한은 자금으로 지원, 금융기관간 불신을 해소하기로 했다. 이 조치는 정부에 대한 은행의 불신을 없애기 위한 것이다. 재경원은 9개 종금사의 영업정지조치를 내린 당일 새벽까지 은행들에 콜자금을 빌려주도록 독려한 바 있어 은행들은 정부조차 믿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금융기관들은 국제결제은행(BIS)자기자본비율 8%를 맞추기 위해 기업대출을 중지하고 상환만료된 대출금의 적극 회수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금융기관은 물론 기업들도 연쇄적 자금난에 시달리면서 금리가 법정최고치(연 25%)에 달해도 자금은 동결되는 상황이 초래되기에 이른 것. 국내은행들의 대외채무에 정부지급보증을 선언한 것도 종금사 영업정지조치의 후유증 대책이다. 해외투자자들은 종금사 영업정지조치로 한국과의 거래에서 사상처음으로 원리금을 상환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에 따라 국제통화기금(IMF)자금이 들어오는데도 한국금융기관에 대한 신용도가 개선되지 않아 원―달러환율이 연일 상한선을 치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계는 이같은 상황이 10일 이상 지속될 경우 모라토리엄도 불가피하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모라토리엄이 선언되면 해외차입이 완전히 중단되며 IMF지원금 5백50억달러중 5백억달러지원도 중단된다. 한마디로 대외거래가 정지되는 것. 이같은 국가비상사태를 맞아 정부로선 우선 가능한 모든 대책을 내놓은 셈이다. 문제는 정부대책에 따라 금융기관간 불신이 얼마나 해소될 것인지에 있다. 또한 추가영업정지에 따른 후유증을 얼마나 최소화하느냐에 이번 대책의 실효성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대책마저 금융안정을 이루지 못한다면 정말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게 재경원의 우려다. 〈임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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