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中企사장의 하소연]『부동산담보 대출도 안된다니…』

  • 입력 1997년 12월 9일 20시 25분


서울지역에서 연매출 1백여억원 규모의 중소 기계제조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사장은 10일로 잡혀있는 직원 월급날을 앞두고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신한 한일 동남 한미 동화 조흥은행 등 6개은행과 거래하는 김씨는 8일 오전부터 거래은행들이 할인율을 불문하고 일제히 어음할인을 중단, 직원 월급줄 돈을 마련하지 못했다. 어음 할인이 막히자 공시지가가 2억원인 부동산을 담보로 은행측에 『대출해주고 싶은 만큼만 대출해 달라』고 통사정을 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은행측은 하나같이 『올 연말까지는 아무리 규모가 큰 부동산을 담보로 잡혀도 대출해줄 수 없다』는 답변만 늘어놓았다. 김사장은 『그동안 조흥 한일은행 등과는 20여년간 거래하면서 신뢰를 쌓았지만 지금같은 「금융공황」 상황에서는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그나마 자신의 형편은 나은 편이었다고 전했다. 『다른 중소기업들은 이미 11월말부터 어음할인을 하지 못했어요. 우리는 그래도 7일까지는 어음을 할인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가 주변에서 확인해본 결과 시중은행의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은 지난달말부터 일제히 중단됐다. 덩치가 큰 기계를 생산하는 업종특성 탓에 김씨 회사는 그동안 상당물량을 리스사를 통해 판매했다. 그러나 리스사는 은행에 앞서 지난달 중순부터 거래를 중지했다. 리스거래와 어음할인,대출길이 모두 막힌 마당에 도저히 회사를 운영할 수 없다는 게 김사장의 하소연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우리나라에 있는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올해를 넘기지 못할 겁니다. 월급은 직원들을 설득하면 되지만 제때 제때 나오는 세금통지서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희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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