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 대체입법]『IMF때문에…』 난감한 3黨

  • 입력 1997년 12월 6일 20시 48분


한나라당 국민회의 자민련 등 3당의 정책위의장은 6일 금융실명제의 대체입법 단일안을 마련키로 합의는 했지만 여전히 마뜩찮은 표정이다. 각 당은 작금의 경제위기를 불러온 한 요인으로 금융실명제를 지목해왔고 실명제의 「대폭개선」에 한 목소리를 냈으며 「사실상 폐지」(한나라당)나 「시행유보」(국민회의)를 공약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이 긴급구제금융 합의문에 「실명제의 기본골격을 유지하되 부분 보완은 가능하다」는 권고사항을 못박으면서 각 당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더욱이 각 당은 IMF 합의사항을 준수하겠다는 약속까지 이미 해놓은 상태다. 6일 회담에서 3당은 실명제 대체입법을 위해 국회 재경위 차원에서 실무작업반을 가동키로 했다.실명제와 관련한 모든 논점을 일단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해 절충점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현재 각 당이 제시하는 실명제의 대체입법 내용을 살펴보면 표현은 달라도 대체적인 방향은 비슷하다.합의차명의 허용 여부를 놓고 다소 의견이 맞서 있으나 자금출처조사금지 등 금융거래비밀보장을 대폭 강화하고 무기명장기채권의 발행을 허용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당장 IMF의 권고사항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갈피를 못잡아 대체입법의 윤곽을 잡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 IMF가 허용한 「부분 보완」을 어느 수준으로 봐야 할지의 문제가 앞으로 대체입법의 방향을 결정하는 「열쇠」가 될 수밖에 없다. 실명제 대체입법 단일안이 마련된다 해도 국회 처리문제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3당은 22일 소집할 임시국회에서 실명제와 금융개혁법안을 일괄처리할 방침이나 한국은행법 개정안과 금융감독기구 설치법안을 둘러싸고 각 당간 입장이 엇갈려 난항이 예상된다. 이런 사정 때문에 각 당은 재정경제원이 IMF와의 협상과정에서 금융감독기구의 통폐합문제와 실명제 골격유지 문제를 합의문에 끼워넣어 줄 것을 요구하지 않았느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의혹제기는 IMF 권고사항의 의미를 축소하고 정부 입장을 약화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이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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