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의 영원한 라이벌인 현대와 삼성이 상대방의 강한 곳에 뛰어들다 낭패를 보고 있다. 현대는 삼성의 강점인 경박단소(輕薄短小)형 산업인 전자사업에 진출, 반도체 특수로 최근 몇년간 재미를 봤다. 그러나 작년초부터 반도체가격이 폭락하면서 현대전자가 그룹의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현대전자는 전체 매출액중 반도체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60%가량을 차지, 반도체 가격 폭락에 속수무책인 상황. 지난해에는 7백1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으나 올해는 큰 폭의 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심지어 현대그룹은 계열사중 현대전자가 올해 최대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점치고 있을 정도다.
삼성은 현대에 비해 중후장대(重厚長大)형의 기간산업분야에 취약하다는 열등감을 항상 갖고 있었다. 지난 95년 수많은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승용차사업에 진출한 것도 그같은 열등감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란 지적도 있었다. 삼성은 반도체 특수로 벌어들인 자금을 바탕으로 자동차사업을 벌였으나 반도체가격 폭락으로 삼성전자가 어려워지면서 자금확보가 쉽지 않은 처지다.
삼성전자는 벌어들였던 자금중 상당부분이 자동차사업으로 빠져나가는 바람에 요즘같은 불황기에 낭패를 보고 있다. 심지어 삼성전자 직원들은 『자동차쪽으로 자금이 투입되지 않았다면 조직축소와 같은 불행한 사태는 초래되지 않았을 것』이란 말도 서슴지 않고 있다. 현재 삼성그룹에서 가장 큰 폭으로 적자를 보고 있는 계열사는 중후장대형산업의 대명사인 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은 지난 83년 제2도크를 준공하면서 조선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조선경기 불황으로 인해 무려 2천9백여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올 상반기에도 9백12억원의 적자를 봤다.
이에 반해 경쟁업체인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2백72억원의 흑자를 냈다.
이같은 결과를 놓고 업계일각에서는 『현대와 삼성그룹이 현재의 처지를 망각한 채 모든 분야에서 성공을 거두려는 지나친 욕심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희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