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이미 공황상태』…145개종목 거래 全無

  • 입력 1997년 11월 29일 20시 12분


추락하는 증시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29일 기관투자가들이 겨우 지켜낸 종합주가지수 400선 붕괴는 시간문제라는 것이 지배적 분위기. 5일(거래일 기준) 연속 하한가 행진을 한 종목이 2백75개, 거래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종목도 1백45개나 나오는 등 환금성(換金性)이 크게 떨어져 주식시장은 이미 공황을 맞고 있다. 객장의 투자자들은 『이제 끝장났다』며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임시 휴장(休場)을 요구했다. ▼얼마나 떨어졌나〓종합주가지수가 사상 최고치에 달했던 94년11월8일(1,138.75)과 비교하면 실감이 난다. 당시 1백63조9천억원이던 시가총액(주식수×주가)은 76조7천억원으로 53.2%나 줄어들었다. 대표종목인 한국전력의 주가는 3만3천2백원에서 1만3천5백원으로 60% 가까이 하락했고 「황제주」인 SK텔레콤도 60만5천원에서 34만3천5백원으로 반토막났다. ▼왜 떨어졌나〓상장회사들의 연쇄부도에 신용투자 담보부족계좌 급증이 근본원인으로 지적된다. 올들어 부도를 냈거나 법정관리 또는 화의 신청으로 주식시장에서 관리종목에 편입된 상장사는 모두 37개사. 이중 13개가 이달중 빚어진 일. 일시적 자금경색으로 흑자부도를 낸 회사들이 태반이다. 주가폭락에 가속도를 붙이는 것은 증권사의 담보부족계좌 정리매물. 28일 현재 공식 집계된 담보부족계좌는 3만9천개(부족금액 2천8백85억원), 투자원금이 한 푼도 남지 않은 깡통계좌는 1만2천개(부족금액 1천7백13억원)에 이른다. 증권사들이 대출금을 돌려받기 위해 매일 주식시장에 내놓는 매물이 3백여 종목, 5천억원어치에 이른다는 것이 일선 영업맨들의 추산이다. ▼어디까지 떨어질까〓이른바 전문가들도 섣불리 「바닥」을 예측하려 하지 않을 정도로 불투명하다. 대신증권 심충보(沈忠輔)투자전략실장은 『국제통화기금(IMF) 협상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한치앞도 내다볼 수 없다』면서도 『종합주가 350∼370선까지는 하락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정경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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