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너무 많이 달라졌다. 홍콩금융사태 등 국제사태가 주는 충격이 예상보다 컸다. 이제 우리 힘만으론 안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19일 오전 경질된 강경식(姜慶植)전부총리가 이임 기자회견에서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취임후 8개월동안 자신만만하게 우리경제를 낙관해왔던 그가 물러나는 자리에서 비관론을 피력한 것이다.
한보사태로 어수선하던 지난 3월 취임한 강부총리―김인호(金仁浩)수석 경제팀의 일성은 『시장원리가 제대로 작동되는 경제를 만들겠다』였다.
이후 두사람은 경제틀을 뜯어고치는 작업에 매달렸다. 기업 구조조정과 금융개혁이 그 핵심. 시행과정에서 교각살우(矯角殺牛)를 우려하는 경제계의 목소리는 『우리경제의 펀더멘틀(기초여건)은 튼튼하다』는 한마디로 일축됐다.
그러나 강―김 경제팀의 시장논리는 「기아사태」라는 난제를 만나게 된다. 지난 7월 기아그룹이 부도유예협약을 신청하자 『우선 기업부터 살려야 한다』는 여론을 무시하고 경제팀은 『시장원리에 따라 해결돼야 한다』며 정부지원을 거절했다. 결국 기아사태는 무려 3개월 이상을 끌면서 한국경제의 기초체력, 다시 말해 펀더멘틀을 소진시키고 말았다. 심신이 지친 한국경제에 찾아온 외환위기는 국가부도의 우려를 낳을 지경에 이르렀다.
한국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금융과 기업체계를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는 강전부총리의 주장은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지금은 실기(失機)하지 않고 위기에 대처하는 운용의 묘(妙)가 보다 절실한 때다.
임규진(경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