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 앞마당의 썰렁한 노조텐트…농성 5개월 결실못봐

  • 입력 1997년 11월 13일 19시 38분


정부의 금융개혁법안 13개가 일부 수정돼 국회를 통과할 것이 확실해진 13일 오후 한국은행 본점 앞마당의 대형 텐트는 아무도 없이 텅 비어 있었다. 노조간부들과 핵심 노조원들이 모두 신한국당 총재실 농성과 한은 총재실 단식농성에 가버렸기 때문. 이 텐트는 재정경제원이 금융개혁위원회의 최종안을 대폭 고쳐 정부최종안을 발표한 6월16일 한은 노조측이 설치한 것. 한은노조원들은 「재경원의 금융개혁 사기 신한국당은 속지말라」는 플래카드를 내붙인 뒤 조를 짜서 이 텐트에서 밤을 지새워 왔다. 한 노조원은 『한 여름에도 더위와 모기에 시달리면서 13일 현재까지 1백51일째 텐트를 유지해왔는데 아무런 결실없이 언제 어떤 명분으로 철거할 것인지 막연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은직원들은 특히 청와대와 재경원의 로비력에 패해 결국 은행감독원을 떼내야하는 상황이 온 것은 이경식(李經植)총재가 일찌감치 정부안에 동의해버렸기 때문으로 여기고 있다. 한은 노조는 지난 6월부터 3개월 가까이 본점 엘리베이터 옆에 「총재 이경식앞 공개질의」라는 존칭을 생략한 대형 문건을 붙여 놓기도 했고 총재퇴진을 위한 전직원 서명을 받기도 했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지난 83년 은감원분리가 이슈가 됐을 때 당시 하영기(河永基)총재가 의사표시를 하지 않고 침묵해 직원들이 섭섭해 한 적은 있으나 총재퇴진운동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한은직원들이 단식농성을 위해 총재실로 몰려가자 이총재는 금통위 간담회 참석후 병원으로 나가버려 총재실도 노조텐트처럼 한참 비어 있었다. 〈윤희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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