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강병호/환율대책 정부의지 보일때다

  • 입력 1997년 11월 2일 19시 49분


거시경제 지표로 볼 때 우리 경제는 건실하다는 정부의 판단은 옳다. 금년에도 6%의 성장은 무난하고 무역수지는 8월 이래 흑자로 반전,그 폭이 계속 확대되며 10월까지 이어졌다. 자본수지도 최근 금융불안이 있기 전까지는 흑자폭이 작년 동기의 2배를 상회하였다. ▼ 경제지표 過信 화근 ▼ 그러나 이를 너무 과신하고 작금의 금융불안을 미리 막지 못한 것은 어쨌든 정부의 책임이다. 아무리 경제가 건실해도 사소한 충격이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세계 금융시장이 연계되어 있는 지금은 순전히 외부의 충격만으로도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지금은 이런 것들을 따지고 있을 겨를이 없다. 당장 투기꾼들로부터 국민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시장경제원리의 작동은 시장 실패시 이를 교정할 수 있는 정부의 힘이 뒷받침해주어야만 가능하므로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정부가 그 힘을 단호하게 보여주는 일이다. 먼저 정부는 지킬 수 있는 환율수준과 이를 담보할 수 있는 대책을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정부의 힘만으로 부족하다면 국제적인 협조체제를 구축하는 등 실천적인 대책이 제시되어야 한다. 국민은 자신의 불안심리가 경제적 합리성에 근거한 것인가, 아니면 단순한 군중심리에 휩싸인 것인가를 잘 생각해봐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이기적인 행동이 궁극적으로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것인지도 냉철하게 따져 보아야 한다. 현 환율수준은 분명히 과대평가되어 있다. 90년 이래 불황의 늪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는 일본 엔화의 대달러화 환율이 95년에 비해 17% 정도 절하된 데 비해 같은 기간 중 우리 원화는 23% 이상 절하되었다. 동남아국가들의 환율은 최근 4개월여 동안 30% 내외 절하되었다. 그러나 이들의 경우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동남아 제국의 금융위기는 90년 이래 중국경제의 고성장에 따른 노동집약적 산업의 수출경쟁력 약화, 경상수지 적자의 대폭 확대, 해외자본을 유치하기 위한 자국 통화의 인위적인 고평가 등으로 경제의 기본이 악화된 데다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증가로 금융시스템에 대한 불안이 가세하여 발생한 것이다. 실물경제가 비교적 건실한 대만과 싱가포르는 올들어 약 10% 내외의 절하에 그쳤고 고정환율제도를 고수하고 있는 홍콩달러의 경우 국제금융시장에서 고평가되어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어 현재 투기자들의 공격을 받고 있다. ▼ 심리적 불안 해소를 ▼ 우리나라는 기초경제 여건이 비교적 건실한데다 그간 환율을 시장메커니즘에 의해 결정되도록 운용하여 균형환율수준에서 크게 괴리되지 않았다. 따라서 작금의 환율불안은 순전히 심리적 현상으로 정부의 확고한 안정의지가 확인되면 해소될 것이다. 환율이 안정되면 외국 투자자들의 증시 이탈도 중지될 것이다. 주가가 많이 떨어졌다는 사실만큼 큰 호재는 없다. 금융시장의 불안이 금융위기로 전개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국제적인 공동 노력이 조만간 있을 것이다. 강병호(한양대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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