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성장률」내년 큰폭 하락…저성장시대 본격 진입

  • 입력 1997년 9월 10일 20시 05분


경제성장의 한계치를 나타내는 「잠재성장률」이 내년부터 눈에 띄게 하락하면서 우리 경제가 고도성장기를 지나 저성장시대로 본격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저성장시대로 접어들 경우 경기불황과 맞물리면서 기업의 구조조정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외형위주 경영에 치중해온 일부 대기업들은 급속도로 몰락의 길을 걸을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내년도 예산을 크게 늘리고 통화량도 방만하게 운용, 내년도 경제는 잠재성장률을 뛰어넘는 거품성장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우려되고 있다. 10일 재정경제원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0년대 7.7∼9.0%에 달했던 잠재성장률은 90년대 초반 7.2∼7.3%대로 떨어진 뒤 올해에는 6.8%까지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내년에는 6.6%로 더 떨어지고 2000년에는 5%대로 급락할 전망이다. 우리 경제를 일으켜 세운 고도성장 신화가 막을 내리는 것이다. 잠재성장률은 물가안정을 이루면서 우리경제가 갖고 있는 자본과 노동을 모두 동원하여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을 의미한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의 잠재성장률은 2∼3%선. 조세연구원은 올해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부진, 총고정자본이 정체상태를 보이면서 향후 잠재적 생산능력을 제약, 내년도 잠재성장률이 6.5%까지 하락할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의 경우 설비투자는 2.6%가 줄고 건설투자도 2.0% 증가에 머물 것으로 예측됐다. 한국은행도 1인당 국민총생산(GNP) 1만달러를 넘어선 경제에서 7%대이상의 고도성장은 인플레와 경상수지적자 확대를 불러온다며 지금부터 저성장시대에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경원 관계자는 『우리 경제가 질적으로 새로운 경제발전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재경원은 잠재성장률의 하락은 불황이라는 경기순환보다는 경제발전 단계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분석, 우리경제가 이에 순응하도록 체질개선을 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지금부터 기업들은 외형확대에서 수익성위주로 경영형태를 바꿔야만 저성장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가계부문도 더이상 투기소득을 기대하기 어려워 선진국형 합리적 소비생활에 적응해야 하고 정부도 생산성 향상에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팽창예산과 통화량살포 등 현재의 경제정책이 지속될 경우 내년도 실질성장률은 7.4%에 달해 잠재성장률을 초과하게 된다. 이 경우 소비자물가는 6.7%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임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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