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공공기관이 부추긴다…연-기금예치 高금리 요구

  • 입력 1997년 8월 24일 19시 59분


최근 체신보험기금 등 공적인 성격을 띤 각종 연기금들이 종합금융사에 맡겨둔 거액의 자금을 인출, 은행에 예치하는 조건으로 고금리 보장을 공공연하게 요구하고 있어 정부산하 공공기관이 금리인상을 앞장서서 부추기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기아사태 이후 종금사가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자 연기금들이 은행권에 「금리협상을 하자」는 제의를 잇따라 내놓고 있으며 일부 은행들도 거액의 자금 유치를 위해 이들의 고금리 요구에 응하고 있다. 24일 금융계에 따르면 연기금들은 최근 종금사에 단기로 맡겨 운용하던 자금을 은행권의 시장금리부 수시입출식예금(MMDA)으로 전환키로 하고 각 은행 수신담당자들과 금리협상을 벌이고 있다. 정보통신부 산하 체신보험기금은 최근 선발은행은 물론 후발은행 특수은행을 가리지 않고 수신 담당자들에게 「협상 금리」를 서면으로 제출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후발 D은행은 12.5% S은행은 12%를 각각 제시했으나 상업 한일 조흥 국민 등 일부 선발은행은 고금리 부담을 들어 일단 이같은 제의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선발은행들도 연기금의 거액 자금을 마냥 무시할 수 없어 고민하고 있다. 체신기금의 경우 종금사 등 제2금융권에 약 6조원을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은행 고위 관계자는 『연기금이 금융위기와 MMDA 수신경쟁이 확산된 상황을 이자 수익 증대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종금사에서는 11%로 운용해 왔는데 1%포인트 이상 높게 준다면 당신네 은행에 예치할 수도 있다』고 제의하는 등 점차 고금리 요구가 노골화하고 있다는 것. 이와 관련, 보람 한미 하나 등 주요 후발은행들은 법인대상 MMDA를 시판하면서 일정금액 이상 예치하는 기업에는 협상을 통해 금리를 상향조정할 수 있는 길을 터놓고 있다. 한 금융계 인사는 『정부기관이 앞장서서 금리인상을 부추기고 은행은 은행대로 수신경쟁에 치중해 고금리를 선뜻 제공한다면 금리안정은 요원하다』고 우려했다. 더욱이 연기금이 종금사 자금난을 이유로 수조원의 뭉칫돈을 일시에 인출할 경우 가뜩이나 수신이 줄어들어 경영이 위축되고 있는 종금사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강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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