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태화쇼핑회장 자살]유통전쟁…토착업체 설 땅 없다

  • 입력 1997년 7월 9일 20시 17분


태화쇼핑 金政太(김정태)회장의 자살은 재벌들이 본격 가담해 벌이고 있는 지방 유통업계의 「전쟁이나 다름없는」 경쟁에서 패배한 결과가 몰고 온 것임이 분명하다. 지난 82년 유통업체의 불모지였던 부산에 태화쇼핑을 설립, 지역 유통업계를 이끌어온 김회장은 지난 95년까지만 해도 탄탄한 유산을 바탕으로 단 한차례의 고비도 없이 백화점을 성장시켜 왔다. 이런 김회장에게 위기가 닥친 것은 롯데와 현대 등 재벌그룹 백화점들이 부산에서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간 지난해부터. 지난 95년 총매출액이 1천8백5억원에 이르렀던 태화쇼핑은 지난해 1천4백90억원대로 뚝 떨어지면서 1백46억원의 첫 적자를 기록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올해초부터 부도설과 함께 『빼돌려 놓은 재산이 따로 있다』는 등 악성루머가 나돌면서 태화쇼핑에 대한 금융기관의 자금지원이 중단됐고 마침내 지난달 16일 부도로 연결되고 말았다. 부도 이후 지역 상공인들과 시민들이 「태화살리기」 운동에 나서자 김회장은 한때 강한 재기의욕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동안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던 채권은행인 동남은행과 부산은행이 법정관리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김회장은 은행측에서 재벌소유 대형백화점의 틈바구니에서 회생할 가능성이 없다며 재산보전신청 동의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태화의 신관 및 생활관 매각을 요구하자 심각한 자포자기 상태에 빠졌다는 것이 주변 사람들의 얘기다. 〈부산〓조용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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