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靜洙·李浩甲·李澈容 기자]전반적인 경기침체에 한보 부도사태까지 겹쳐 대학연구소들도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경제전망이 불투명해지자 기업체들이 연구개발투자를 미루거나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연구소 불황」은 이른바 명문대의 첨단연구소는 물론 비교적 경기를 타지 않는다는 기초과학분야에까지 미치고 있다.
서울대 공학연구소의 경우 지난 1월 한달동안 기업체의 연구용역이 단 2건에 불과해 90년대 들어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 63년에 세워진 이 연구소의 외부용역은 지난 94년 1백25건에서 95년 1백3건, 지난해에는 84건으로 계속 줄고 있다. 정밀기계연구소의 용역건수도 올들어 3건에 불과해 95년과 96년 같은 기간의 7건과 6건에도 못미쳤다.
최근에 설립된 첨단연구소들도 사정은 비슷해 지난 89년 문을 연 컴퓨터신기술연구소의 올해 실적은 2건으로 95년의 11건, 96년의 4건에서 급감했다. 다른 대학도 마찬가지. 연세대 이공계대학의 산학연(産學硏)협동연구실적은 지난 95년 2백94개 과제에 2백16개 기관이 연구비를 지원했으나 지난해에는 1백6개 과제에 85개 기관만이 참여했다.
연세대 철강연구소 崔鍾述(최종술·금속공학과)교수는 『예년에는 협력업체들이 1월말에 새로운 연구과제를 맡겼으나 올해는 아직 연락이 없다』며 『최근 연구부서 직원을 80명에서 20명으로 줄였다』고 말했다.
고려대 기초과학연구소 金亨植(김형식)소장도 『외부 용역이 작년 이맘 때보다 15%가량 줄었다』며 『특히 철강 건설 토목 분야의 실적이 저조하다』고 말했다.
고려대 생명공학연구소 成河珍(성하진) 소장은 『간신히 따낸 프로젝트들도 계약기간이 대부분 1년 미만이라 깊이 있는 연구가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대학관계자들은 『기업들이 연구소의 우수인력을 선점하기 위해 「입도선매」식으로 연구용역을 맡겨 왔던 관례에 비춰볼 때 최근의 「연구소 불황」은 충격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金鎭義(김진의)서울대 연구처장은 『대기업들이 웬만한 연구는 자체연구소에 맡기고 중요한 과제는 외국 연구기관에 주는 경우가 많다』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연구역량을 강화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