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컬레이터 아이들」북적…놀 곳없어 백화점 『인기』

  • 입력 1997년 1월 10일 20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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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成柱 기자」 백화점이 「재잘재잘」 시끄럽다. 변성기를 지나지 않은 아이들의 떠드는 목소리가 매장 곳곳에서 들려온다. 방학을 맞아 놀러온 아이들로 북적이고 있는 것. 백화점의 직원들은 이들 어린이가 물건은 사지않고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내리며 매장을 휘젓고 다닌다고 해서 「에스컬레이터 키드」라고 부른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사는 은영이(초등교 5년)도 에스컬레이터 키드중 하나. 요즘 틈만 나면 친구들과 어울려 인근 백화점들을 「순례」한다. 주머니에 든 돈은 5천원. 그중 쓰는 것은 햄버거값 1천원 뿐이고 구경만 하다가 온다. 백화점 셔틀버스를 이용하므로 차비는 필요없다. 과외가 없는 날엔 하루 종일 백화점에서 놀다와 부모에게 꾸중을 듣기도 한다. 그때마다 『놀러갈 데도 없고 집에 있으면 답답해서 재미있는 것이 많은 백화점에서 놀다온 것이 뭐가 잘못이냐』고 항변한다. 에스컬레이터 키드는 특히 서울 강남지역에 많다. 이 지역에는 부모와 함께 쇼핑하면서 「백화점 문화」에 익숙해져 백화점을 편안하게 여기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대부분의 에스컬레이터 키드는 오후 과외를 끝내고 삼삼오오 백화점으로 간다. 롯데 잠실점과 현대 무역센터점에는 백화점매장과 인근 롯데월드나 한국종합전시장을 왔다갔다하며 노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백화점에서 아이들이 가장 북적이는 곳은 컴퓨터와 게임기 매장. 하루 2백명 이상 몰려오는 것은 기본이고 10명 이상이 상주하다시피 하는 곳도 있다. 여자아이들은 의류매장에서 엄마나 언니들의 옷을 구경하는 경우가 많다. 갤러리아 3층의 캐주얼 청바지매장은 하루 평균 3백여명의 어린이들이 놀러 온다. 롯데 잠실점 2층의 의류매장과 영캐주얼매장의 직원들은 『매출액은 늘지않는데 아이들이 몰려온 덕택에 고객수가 눈어림으로 30%이상 증가했다』며 웃는다. 아이들이 몰리는 이유는 무엇보다 평소 마땅히 갈 만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갤러리아 기획조사팀의 손재우대리는 『백화점들은 2,3년전부터 주부들을 끌려고 경쟁적으로 어린이 행사와 편의시설 등을 마련하고 있다. 어린이들은 엄마와 함께 왔던 백화점을 「자신들의 놀이마당」으로 여기고 나중에도 거리낌없이 몰려와 노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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