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하늘을 알고 싶던 인도 소년, 세계 기후학을 바꾸다

  • 동아일보

농촌선 가뭄-태풍에 일상 무너져
장기적인 기후 흐름 분석에 관심
온난화 위험 알려 노벨상 받기도
◇내일 날씨는 맑음/자가디시 슈클라 지음·노승영 옮김/376쪽·2만3000원·반비


외출 전, 스마트폰으로 날씨를 확인하는 일은 이제 자연스럽다. 그러나 수십 년 전만 해도 날씨의 불확실성은 사람들의 삶을 크게 흔드는 ‘난제’였다. 특히 농촌에선 가뭄과 태풍 같은 극단적 기상이 반복되며 생계를 위협하기도 했다. 파종 시기를 놓치고 수확이 무너지는 일이 일상이었다.

인도의 시골에서 자란 한 소년이 있었다. 최상위층 브라만 계급이었지만 형편은 넉넉하지 않았다. 라디오와 신문도 없는 열악한 환경. 계절풍이 몰고 오는 비, 그리고 비가 멈췄을 때 찾아오는 가뭄은 마을의 운명을 좌우했다. 그는 무너지는 가족과 이웃의 삶을 지켜보며 질문을 품었다.

‘계절풍이 언제 도착하고, 얼마나 머물며, 비가 얼마나 내릴지 알 수 있다면 어떨까.’

이 책은 인도의 가난한 소년이었던 저자가 훗날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4차 평가 보고서의 핵심 저자로 활약하기까지의 여정을 그린 과학 회고록이다. 미국 조지메이슨대 석좌교수인 그는 단기적인 날씨 변화에 집중하던 ‘기상학’을 장기적인 기후 흐름을 분석하는 ‘기후학’으로 확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저자가 몸담은 IPCC는 2007년 전 미국 부통령 앨 고어와 함께 지구온난화의 위험을 알린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1980년대까지 기상학계에선 날씨의 장기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현대 기상학의 거장 에드워드 로렌즈의 ‘나비 효과’ 이론 때문이다. 작은 변수 하나가 결과를 크게 바꾸기 때문에 장기 예측은 어렵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저자는 해수면 온도와 육지, 적설 면적 같은 ‘경계조건’이 대기와 상호작용하며 일정한 패턴을 만든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접근은 계절 단위의 평균 기후를 예측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었다.

책에는 저자의 개인사와 현대 기상학의 흐름이 유기적으로 엮여 있다. 날씨와 기후의 차이, 계절이 형성되는 원리, 구름과 천둥번개 같은 기상 지식도 어렵지 않게 풀어낸다. 알쏭달쏭했던 개념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만드는 점이 돋보인다. 한 과학자의 삶을 가만히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날씨를 바라보는 시야 자체가 달라지는 기분이 든다.

#기상학#기후변화#인도#가뭄#IPCC#노벨평화상#나비효과#해수면온도#기후예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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