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게 나다니며 사람을 관찰하는 게 작가에겐 최적환경”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22일 03시 00분


‘작별하지 않는다’ 영문판 출간
NYT 인터뷰서 일상변화 공개

“자유롭게 거리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지켜보고, 어느 정도 익명성을 유지하면서 아무 부담 없이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이 작가에게는 가장 좋은 환경입니다.”

지난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사진)가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2021년)의 영문판 ‘We Do Not Part’의 이번 주 미국 출간을 맞아 뉴욕타임스(NYT)와 화상 인터뷰를 가졌다. 21일(현지 시간) NYT에 따르면 한 작가는 “노벨 문학상을 받은 뒤로 대부분의 시간을 대중의 눈에 띄지 않게 지내 왔으며, 최근의 사건에 대해 여전히 곰곰이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4·3사건을 소재로 한 ‘작별하지 않는다’는 그간 한강의 주요 작품을 영미권에 소개해온 미 랜덤하우스 산하 호가스출판에서 출간됐다.

노벨 문학상 수상 이후 개별 인터뷰를 고사하며 잠행하고 있는 한 작가는 NYT 인터뷰에서 “조용한 글쓰기 생활로 돌아가려고 노력 중이며, 작은 마당을 내려다보는 햇살이 비치는 방에서 글을 쓰고 있다”며 “흩날리는 눈발이 지난해 심었던 야생화를 덮고 있는 게 보인다”고 근황을 전했다. NYT는 “한 작가의 노벨상은 (한국에서) 올림픽 금메달처럼 축하받았다”며 “20대인 아들은 과도한 관심에 시달린 나머지, 인터뷰에서 자신을 언급하지 말라고 부탁했다고 한다”고 부연했다.

한 작가는 노벨 문학상 시상식 직전에 벌어진 12·3 계엄 사태에 저항했던 시민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1979년과 1980년의 기억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았기에 그들은 한밤중에 거리로 나섰다”며 “그렇게 과거와 현재가 연결된다”고 했다. 또 “한국의 아픈 순간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을 글로 쓰며 세계의 참혹한 피해자들, 그들을 결코 잊지 않는 사람들과 깊은 연대감을 느꼈다”며 “죽은 기억과 살아 있는 현재를 연결하면서 아무것도 죽게 두지 않는 것은 단지 한국 역사에 관한 것만이 아니라 모든 인류에 관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NYT는 시인으로 등단한 한 작가가 소설을 집필할 때 문장과 단어 선택에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에 대한 일화도 소개했다. 한 작가는 소설 ‘소년이 온다’(영문명 ‘Human Acts’) 편집 과정에서 음절 하나하나까지 편집자와 치열하게 토론했다고 한다. NYT는 “한 작가는 편집자에게 농담 삼아 ‘내게 불의의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우리가 논쟁했던 음절은 문법이 약간 틀릴지언정 절대 마음대로 바꾸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작별하지 않는다#한강#노벨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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