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 고은 시집, 공급중단 석달만에 슬그머니 재판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7일 16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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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시인. 동아일보DB
고은 시인. 동아일보DB
실천문학사가 올 초 비판 여론에 서점 공급을 중단했던 고은 시인의 등단 65주년 기념 시집 ‘무의 노래’와 대담집 ‘고은과의 대화’를 이달 초부터 온라인 서점을 통해 다시 판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 시인이 여전히 자신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데도 여론이 잠잠해진 틈을 타 슬쩍 판매를 재개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교보문고, YES24 등에 따르면 실천문학사는 이달 4일 인터넷 서점 구매팀에 “공급 중단이었던 ‘무의 노래’, ‘고은과의 대화’를 4월을 맞아 출고하기로 했으니 많은 주문 부탁 드립니다”라는 e메일을 보내고 판매를 재개했다.

7일 고 시인의 도서가 판매 중인 사실이 언론 보도로 알려지자 실천문학사는 ‘무의 노래’의 도서 상태를 다시 ‘일시 품절’로 변경했다. ‘고은과의 대화’는 이날 오후 현재 여전히 판매 중이다. 인터넷 서점 관계자는 “도서 판매 여부는 출판사의 권한”이라고 했다.

한 출판계 관계자는 “문단의 상징적 존재였던 고 시인의 행위로 상처 입은 이들에게 사과 없는 복귀는 2, 3차 가해”라며 “출판사도 책의 공급을 재개하기 전에 분명한 입장을 표명했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무의 노래’와 ‘고은과의 대화’는 2018년 성추행 의혹이 폭로되면서 활동을 중단한 고 시인이 지난해 12월 20일 출간한 신작이다. 고 시인의 ‘사과도 해명도 없는 복귀’에 대해 문단 안팎에서 비판이 일고, 출판사 불매운동 조짐까지 보이자 올 1월 20일 윤한룡 실천문학사 대표는 “여론의 압력에 출판의 자유를 포기해야 하는지에 대한 결정이 날 때까지” 두 책의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동아일보는 이날 판매 재개에 대한 실천문학사 측의 입장을 듣고자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최훈진기자 choigiz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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