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혁 “어느새 ‘42번가’ 대표배우처럼 됐죠”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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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 42번가’ 다섯 시즌째
“이젠 작품 속 다른 드라마도 보여
저만의 해석 담은 연출도 꿈꿔봐”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에 마흔한 살에 처음 출연했는데 벌써 마흔여덟 살이 됐네요.”

2016년부터 다섯 번의 시즌에 걸쳐 ‘브로드웨이 42번가’에 출연하고 있는 배우 이종혁(사진)은 감회에 젖은 표정이었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8일 만난 그는 “예전엔 한 배우가 한 작품을 계속하면 사람들이 질릴 거라 걱정했는데 생각이 바뀌었다”며 “이젠 제가 이 작품의 대표 배우가 된다는 느낌이 들어 꾸준히 좋아해주시는 관객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 중인 ‘브로드웨이 42번가’의 배경은 1930년대 대공황 시기 미국 뉴욕. 무명 배우 페기 소여(오소연 유낙원)가 유명 연출가 줄리안 마쉬(이종혁 송일국)를 만나 스타로 성장하는 이야기다. 탭댄스와 스윙음악, 앙상블 군무 등이 화려한 쇼 뮤지컬로 1996년 한국 초연 이후 지금껏 사랑받고 있다.

“오랫동안 마쉬를 연기하다 보니 처음엔 보이지 않던 작품 속 드라마를 깨달아요. 대공황 당시 브로드웨이의 그늘진 모습을 보여주는 블랙코미디적 요소가 있죠. 언젠가 기회가 되면 저만의 해석을 담은 새로운 ‘브로드웨이 42번가’를 연출해 보고 싶습니다.”

그가 연기하는 마쉬는 브로드웨이 최고 연출가로, 밝고 희망적인 여배우 소여와 달리 브로드웨이의 어두운 면을 마주해야 하는 인물이다. 공연에 돈을 대는 투자자 취향에 작품의 내용과 캐스팅을 간섭받고, 마피아와 연계되기도 한다.

“최대한 어두운 면을 보여주는 쪽으로 연기하려고 합니다. 마냥 순진한 소여의 열정도 현실을 아는 마쉬에겐 피곤하게 느껴질 수 있죠. 공연이 소여를 스타로 만들며 성공적으로 끝나는 해피엔딩을 맞지만 마쉬가 연출가로서 느끼는 씁쓸함을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서울예대 연극과를 나온 그는 1997년 연극 ‘서푼짜리 오페라’로 데뷔한 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드라마 ‘추노’ ‘신사의 품격’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인기를 얻었다.

“연극 무대가 연기자로서 제 뿌리라고 생각해요. ‘관객에게서 에너지를 얻는다’ 말이 뻔하지만 진짜거든요. 커튼콜 때 관객들이 쳐주는 박수에 ‘오늘 하루 잘 살았네’ 하며 에너지를 받습니다.”

내년 1월 15일까지, 7만∼14만 원.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브로드웨이 42번가#이종혁#다섯 시즌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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