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파란만장하잖아… 인생 드라마, 모두가 주인공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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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영 앞둔 ‘우리들의 블루스’
노희경 작가 내공 ‘명불허전’
장애인 직접 연기-10대 임신
남다른 시도 시청자 사로잡아


“새로운 구성, 새로운 시선, 새로운 장르.”

드라마 작가 노희경이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를 집필할 때 중요하게 생각했던 세 가지 요소다. 많은 히트작을 보유한 스타 작가지만 4년 만에 내놓는 신작인 만큼 익숙함을 버리고 그동안 가보지 않았던 길을 내겠다는 의미였다. 12일 종영을 앞둔 ‘우리들의…’는 5일 방송된 18화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 12.5%(닐슨코리아 수도권 기준)를 기록했다. 4월 9일 첫 방송 시청률도 7.3%나 됐다. ‘우리들의…’에서 26년 차 작가 노희경이 보여준 새로운 시도를 들여다봤다.

제주 푸릉마을에 사는 여러 인물의 삶을 그린 ‘우리들의…’는 옴니버스 드라마다. 하지만 노희경이 전작 ‘그들이 사는 세상’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보여준 익숙한 옴니버스는 아니다. 주인공을 중심으로 조연들의 서사가 곁가지를 치는 방식이 아닌 에피소드마다 각기 다른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한 에피소드에서 주인공인 인물이 다른 에피소드에선 이웃, 친구, 가족으로 등장하는 방식으로 연속성을 보완했다. 게다가 이병헌 신민아 한지민 김우빈 김혜자 고두심 등 스타 배우가 총출동해 ‘누가 주인공인지 모르는’ 드라마가 됐다는 평가다.

‘우리들의 블루스’는 15명이 각 에피소드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옴니버스 드라마다. 이병헌 신민아 한지민 등 주연급 배우가 대거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tvN 제공
‘우리들의 블루스’는 15명이 각 에피소드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옴니버스 드라마다. 이병헌 신민아 한지민 등 주연급 배우가 대거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tvN 제공
노희경은 올해 4월 제작발표회에서 “우리 삶은 여러 사람이 다 각자 주인공인데 왜 드라마 속에서는 (주인공) 두 사람만 따라가야 하는지 불편했다”며 “‘몰입도 높은 단막극의 장점과 매회 궁금증을 가지고 전개되는 미니시리즈의 장점을 어떻게 하면 섞을 수 있을까’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고 말했다.

장애인 배역을 장애인이 맡은 것도 남다르다. 영옥(한지민)의 다운증후군 쌍둥이 언니 영희와 5일장에서 일하는 농인 별이는 각각 다운증후군 장애인 정은혜와 농인 배우 이소별이 연기했다. 국내 미니시리즈에서 주·조연급 배역에 장애인이 등장하는 것도, 장애인이 직접 연기한 것도 처음이다. 노희경은 1년 넘게 정은혜와 소통하며 대본을 집필했다고 한다. 정은혜와 호흡을 맞춘 한지민은 “은혜 배우의 어머니께서 노희경 작가님께 ‘어떻게 제 마음속에 들어갔다 나오신 것처럼 글을 써주셨나요’라고 하신 말씀이 마음에 많이 남았다”고 했다.

소재와 표현 방식도 눈길을 끈다. 고3 동갑내기 커플이 주인공인 ‘영주와 현’ 편에서 청소년 임신 문제를 다뤘다. 우울증 환자 선아(신민아)가 주인공인 에피소드에선 온몸에 땀이 맺히고 도시의 불빛이 꺼지며 시간이 단숨에 지나가는 방식의 연출을 통해 우울증 환자의 심리와 감정을 세밀히 표현해냈다. ‘괸당’(이웃끼리 친인척처럼 지내는 문화)에 매료돼 제주를 배경으로 선택한 노희경은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사도 제주 방언으로 썼다.

이영미 대중문화평론가는 “노희경은 당대 이슈를 다룰 때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삽화처럼 그리는 방식으로 자기만의 스타일을 구축해 왔다”며 “이번 작품 역시 그런 특징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동시에 색다른 시도를 통해 작품 세계를 한층 더 확장했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우리들의 블루스#드라마#노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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