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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브로커’, 12분 기립박수에도… “엉터리” “뛰어난 휴머니스트” 엇갈린 반응

입력 2022-05-27 15:29업데이트 2022-05-27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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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브로커’ 감독과 출연진이 26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브로커’ 공식 시사회에 도착해 레드 카펫에 올라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배우 송강호,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배우 이지은(아이유), 이주영, 강동원. 2022.05.27. 칸=AP/뉴시스
“일본영화 아닌가요? 이게 어느나라 영화죠?”

26일(현지시간) 저녁 제75회 칸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칸의 뤼미에르 대극장 앞. 프랑스인 조단 루이스 씨는 이날 공개되는 영화 ‘브로커’의 ‘국적’을 헷갈려했다.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브로커’는 2018년 일본영화 ‘어느 가족’으로 칸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2013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로 심사위원상을 받은 세계적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만든 첫 한국영화. 그러나 이날 극장을 찾은 이들 중엔 이 영화를 일본영화로 알고 온 이들도 많았다. K콘텐츠의 세계적 인기로 콘텐츠 제작 방식 역시 외국 감독과의 협업 등으로 다양화되면서 전통적인 한국영화의 틀이 깨지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고레에다 감독은 그간 ‘어느 가족’ 등 다양한 일본영화를 통해 여러 형태의 가족 이야기를 담는데 천착해왔다. 그런 그가 한국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만난 만큼 그의 영화세계가 어떤 형태로 변주됐을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다. 고레에다 감독은 전날 현지에서 가진 한국 기자들과의 차담회에서 “‘브로커’는 유사가족보다는 한 생명을 둘러싸고 선의와 악의가 얽히면서 전개되는 이야기”라며 전작들과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이날 2300여 석 규모의 대극장에서 베일을 벗은 ‘브로커’는 그의 전작들과 같은 듯 달랐다. 상현(송강호)과 동수(강동원)는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를 몰래 빼돌려 정식 입양절차를 밟기 어려운 부모들에게 팔아넘기는 브로커. 이들은 소영(아이유)이 베이비박스 아래 바닥에 놓고 간 아들 우성을 빼돌렸다가 소영이 다시 나타나자 당황한다. 이들은 소영에게 우성에게 가장 좋은 부모를 찾아주는 한편 입양 중개비도 나눠주기로 하고 소영과 함께 부모 찾기 여정에 오른다. 이 과정에서 동수가 살던 보육원의 8세 소년 해진도 동행한다. 이들은 추적을 피하기 위해 가족 행세를 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가족처럼 가까워진다.

영화 ‘브로커’ 감독과 출연진이 26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브로커’ 공식 시사회에 도착해 레드 카펫에 올라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배우 송강호, 이지은(아이유), 이주영, 강동원. 2022.05.27. 칸=AP/뉴시스
관객들은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여러 번 웃음을 터뜨리고 박수를 쳤다. 영화가 끝난 뒤 환호성과 박수가 쏟아졌고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가고 극장 내 불이 켜지자 기립박수가 시작됐다. 박수가 이어진 시간은 12분. 칸영화제에서 공개된 한국영화 역사상 가장 길었다. 티에리 프리모 칸 영화제 집행위원장이 현장에서 박수를 유도한 까닭에 마지막까지 극장에 남은 관객도 많았다.

고레에다 감독은 감격한 얼굴로 “식은땀이 났는데 드디어 끝났다”며 “팬데믹으로 영화 촬영이 매우 힘들었다.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고 했다.

그러나 극장 분위기와 외신 반응은 온도차가 컸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별 다섯 개 만점에 2개를 준 뒤 “이 영화는 근본적으로 어리석고 피곤할 정도로 피상적”이라며 “감독은 아기 유괴범 2명을 사랑스러운 불량배로 만들려는 단순함을 보여준다”고 혹평했다. 영국 텔레그래프 역시 별점 2점을 주며 “보기 드문 엉터리 드라마”라며 “칸 경쟁부문에서 가장 실망인 영화”라고 했다. 미국 할리우드 리포트가 “세계 영화계의 뛰어난 휴머니스트는 언제나 통한다”라고 평가하는 등 호평도 다수 나왔지만 전례 없이 수위 높은 혹평이 나오면서 수상권에서 거리가 멀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영화에선 극중 소영이 “태어나줘서 고마워”라고 상현과 동수 등 모두에게 말하는 장면 등 한국적 신파가 가미된 장면이 다수 있어 아쉬움을 더했다. 그간 고레에다 감독은 전작에서 가족과 유사가족의 모습을 섬세한 시선으로 들여다보면서도 신파와는 철저히 거리를 두며 냉철한 직시를 유지해 호평받아왔다.

칸=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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