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창작물을 찍은 사진…‘2차’ 저작권[고양이 눈썹]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6일 10시 42분




“태양 아래 새 것은 없나니” / 전도서 1장 9절

“완전히 독창적인 것은 없다, 모두 무언가로부터 파생된 것이다 (No one is original, everyone is derivative)” / 재즈뮤지션 소니 롤린스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원작(原作·originality) 문제는 모든 창작자들의 고민거리입니다.

▶원작과 관련된 ‘고양이눈썹’ 포스팅 참고
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220110/111170439/1 )

“하늘 아래 새 것은 없다”는 말처럼 완벽한 고유 창작물은 없지요. 선조들과 선배들이 이뤄놓은 성과를 참고하거나 윤색하기도 하고, 패러디·오마쥬 등 아예 원작들을 변용해 창작하기도 합니다. 지식재산권을 너무 엄격하게 적용하면 창작 문화가 죽을 수 있으니, 현대 선진국에선 작가 사후 70년 정도로 저작권을 제한하기도 합니다. 산업 특허권도 10년~20년지나면 소멸되는 것도 많습니다.

만약 저작권에 느슨한 맛이 없다면, 세종대왕이 엄청난 부자가 됐을 것이란 우스개도 있습니다. 전 국민이 한글을 쓸 때마다 한 글자 한 글자 계산해 저작료를 내야 하니까요.

사진가들은 자신만의 고유한 앵글과 시각으로 촬영을 합니다. 아무리 하늘 아래 새 것이 없다 해도, 카메라 앞 상황을 사진가의 해석으로 기록하는 것이죠. 문제는 이미 해석이 한 차례 끝난 상태의 피사체, 즉 타인의 창작물을 촬영할 때입니다. 사진은 분명 사진가가 찍지만 사진 속 콘텐츠의 원작자가 따로 있는 것입니다. 이를 ‘2차적 저작물’이라고 합니다. 두 번째 해석이나 창작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국내 저작권법에는 아래처럼 규정돼 있죠.
저작권법 제5조(2차적저작물)

① 원저작물을 번역·편곡·변형·각색·영상제작 그 밖의 방법으로 작성한 창작물(이하 “2차적저작물”이라 한다)은 독자적인 저작물로서 보호된다.

② 2차적 저작물의 보호는 그 원저작물의 저작자의 권리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영화나 노래, 시 등에 대한 패러디·오마쥬도 2차적 저작물이지만 변용을 한 사례죠. 사진가들도 유명한 고전급 사진을 비슷하게 찍습니다. 물론 이것도 저작권법 제5조의 보호를 받겠죠. 조형물이나 건축물을 찍을 때도 촬영 각도와 빛의 방향에 따라 사진가의 해석이 다를 수 있으니 괜찮습니다.

문제는 2차원 평면 미술품을 ‘복사’하듯 촬영할 때입니다. 물론 완벽한 평면 예술품은 없습니다. 그림의 경우 붓터치, 물감의 질감 등을 특별히 잘 표현해 촬영하는 사진작가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진이 복사기 역할, 즉 원초적인 복제를 하는 상황도 분명히 있습니다. 원저작자의 의도를 잘 해석하고 저작자가 누구인지, 촬영장소가 어디인지 충분히 밝히는 것만으로 충분할까요? 동영상 화면을 촬영하는 경우도 이와 비슷합니다. 출처를 충분히 밝혀도 ‘무단 복제’를 하는 듯한 기분은 피할 수 없습니다. 사진가들의 깊은 고민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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