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오는 날 듣기 좋은 노래는요…” DJ-평론가로… ‘음튜버’는 진화중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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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소개 동영상 조회수 1000만건 달해
해외 팝스타-글로벌 음반사도 협업 요청

음악 유튜버 때껄룩의 유튜브 채널 메인 화면. 컴퓨터 화면 캡처
음악 유튜버 때껄룩의 유튜브 채널 메인 화면. 컴퓨터 화면 캡처
“안녕하세요. 때껄룩입니다. 오늘도 많이 들어와 주셨네요. 눈 오는 날 듣기 좋은 노래들 함께 들어보아요.”

20일 오후 2시 음원 플랫폼 ‘바이브(Vibe)’의 실시간 오디오 콘텐츠 ‘파티룸’에서 때껄룩(예명)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1시간 동안 진행되는 디지털 라디오 형식의 프로그램에 진행자로 지난해부터 활동 중인 그는 아나운서도, 연예인도 아니다. 유튜브에서 게시물당 수백만에서 1000만 건의 조회수를 올리는 음악 추천 전문 크리에이터다.

음악 유튜버들이 평론가나 전문 DJ의 영역까지 진출하고 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활동범위를 넓히는 모양새다. 바이브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때껄룩, thanks for coming.(땡포컴), 우키팝, 일상의 효정 등 인기 음악 유튜버들이 진행하는 파티룸을 메인 화면에 배치하고 있다.

음악 유튜버들의 영향력은 해외 팝스타들까지 움직인다. Z세대에 인기가 높은 미국 싱어송라이터 게일(Gayle)의 경우 국내 유튜버(‘기몽초’)가 올린 ‘z’의 가사 번역 비디오가 가수의 공식 비디오보다 높은 조회수를 올리는 기현상을 보였다. 영미권 신인 팝 가수들이 한국 유튜버에게 감사 메시지를 보내거나 단독 인터뷰에 응하고 한국 번역 콘텐츠의 인기에 힘입어 해외 유명 음반사와 계약을 맺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남가영 워너뮤직코리아 차장은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까지 팝 음악 팬들에게 해외 신인 가수를 알리기 위해 글로벌 음반사도 유튜버를 새로운 창구로 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음반사들은 건당 수십만 원을 지불하고 유명 유튜버의 음악 소개 리스트나 번역 콘텐츠에 가수의 곡을 싣기도 한다.

종전에 평론가, DJ에 의존하던 팝 시장에 일대 변혁이 찾아온 것은 약 2, 3년 전부터다. 특히 2019년 때껄룩의 감성적 플레이리스트가 폭발적 반응을 일으킨 것이 기폭제가 됐다. 때껄룩은 이에 힘입어 ‘네이버 나우’에 자신의 이름을 건 프로그램을 시작한 데 이어 전통 음원 플랫폼까지 진입했다. 20대 초반의 때껄룩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내가 좋아하는 음악에 예쁜 이미지를 편집해 취미로 만든 것이 시작”이라며 “개인 PC 저장 공간이 부족해 유튜브에 업로드한 게 여기까지 왔다. 음악을 깊게 공부해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장르나 음악가의 계보를 외우는 대신 영상세대의 심장을 공략하는 자신만의 감성을 쌓은 게 비결인 셈이다. 때껄룩은 “내 채널, 내 방송을 찾는 분들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세계문학전집도 읽으면서 상식과 감성을 키우려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바이브#때껄룩#음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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