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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판타지 소설의 세계관… 20대가 공감하는 이유[이호재의 띠지 풀고 책 수다]

입력 2021-12-25 03:00업데이트 2021-12-25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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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유니버스 창작 사전 1/에노모토 아키, 에노모토 구라게, 에노모토사무소 지음·전홍식 옮김/316쪽·1만8000원·요다
이호재 기자
연말이 되자 출판계에서 올해 많이 팔리거나 읽힌 책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작품은 판타지 장편소설 ‘달러구트 꿈 백화점’(팩토리나인). 교보문고와 예스24는 올해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이 책을 꼽았다. 전자책 플랫폼 ‘밀리의 서재’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의 책으로 이 책을 선정했다. 지난해 7월과 올 7월 각각 출간된 1, 2권을 합쳐 100만 부가 팔리는 등 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영향력은 컸다.

이 책은 일본의 문학평론가와 현직 작가가 함께 쓴 실용 작법서다. 책은 판타지 작품에 등장하는 주요 소재를 소개한다. 저주, 환생, 연금술 등 판타지 세계에 자주 등장하는 능력과 용, 천사, 악마 같은 다양한 캐릭터를 활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 책을 읽다 보면 판타지 작품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창작자들을 위한 비법을 담았지만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가 읽어도 장르를 더 깊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눈에 띈 건 저자들이 갖고 있는 시각이다. 이들은 ‘판타지 소설’과 ‘판타지 게임’을 구분하지 않는다. 소설과 게임이 서로 영향을 미치며 판타지 세계를 발전시켜 왔다는 것. 예를 들어 영국 작가 존 로널드 톨킨(1892∼1973)의 판타지 소설 ‘반지의 제왕’은 롤플레잉게임(RPG)의 초석으로 불리는 판타지 게임 ‘위저드리’ 시리즈에 큰 영향을 끼쳤다. RPG ‘드래곤 퀘스트’나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를 통해 발전한 판타지 세계가 요즘 판타지 소설을 받치는 기틀이 되고 있다는 게 저자들의 견해다. 책 제목에 ‘소설’ 대신 ‘유니버스(우주)’라는 표현을 넣은 이유다.

올해 출판계에선 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두고 여러 논의가 나왔다. 책의 인기가 반짝하고 시들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판매량이 급격히 늘면서 이런 주장은 힘을 잃었다. 영국 판타지 장편소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인플루엔셜)가 올 4월 국내에 번역 출간된 뒤 25만 부가 팔린 것을 보면 판타지 열풍은 특정 작품에만 한정된 것도 아니다.

출판평론가들 사이에서는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이들의 욕망이 판타지 소설 열풍을 일으켰다는 평가가 나왔다. 판타지 장르가 발달한 웹소설 인기가 출판계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니 판타지 소설 인기에 ‘게임’이라는 키워드를 빼놓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주요 독자층이 20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특히 그렇다. 게임을 즐기며 함께 성장해온 세대에게 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판타지 요소(마법, 특별한 동물과 식물)는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이제는 베스트셀러의 성공 요인을 오직 문학적 성취로만 판단할 수 없는 시대가 온 것 같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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