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엄마가 내 딸이었으면 좋겠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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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우사미 린 지음·이소담 옮김/140쪽·1만4000원·미디어창비

우리는 모두 엄마가 임신하고 낳은 존재다. 그런데 이 소설의 주인공은 “엄마를 임신하고 싶다. 엄마를 낳고 싶다”고 말한다. 힘든 삶을 사는 엄마를 자신이 처음부터 낳아 키우면 어떨까 상상한 것이다. 엄마의 인생을 이해해 보려 노력한 자는 이 마음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작품은 19세 여고생 ‘우짱’과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우짱의 엄마는 집에서 존중받지 못하고 산다. 사랑한다고 믿었던 남편은 폭력을 행사하고 바람을 피운다. 슬픔에 빠진 엄마는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곤 한다. 누군가는 그를 추한 엄마라 부를지 모르겠다. 하지만 우짱은 다르다. 엄마의 인생이 기구한 건 엄마의 탓이 아니라 생각한다. 우짱은 엄마가 자신을 책임지기 위해 남편과 이혼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안다. 우짱에겐 한없이 사랑을 베푸는 엄마를 보며 우짱은 여성의 인생에 대해 고민한다.

우사미 린은 10대의 아이돌 팬덤 현상을 다룬 장편소설 ‘최애, 타오르다’(미디어창비)로 일본 문학계 최고 권위의 양대 문학상 중 하나인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1999년생 작가다. 한국에서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목소리가 주목을 받고 있듯 일본 독자들도 젊은 작가가 젊은 세대를 그린 작품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이번 소설 역시 주인공이 10대다. 요즘 아이답게 우짱은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향한다. 엄마에 대한 우짱의 복잡한 마음을 이해해주는 건 오직 SNS 친구뿐이다.

이 작품은 작가가 2019년 발표한 데뷔작임에도 완성도가 상당히 높다. 작가는 우짱의 독백으로 소설을 풀어나가며 엄마를 향한 딸의 애틋한 마음을 잘 담았다. 그 덕에 소설을 읽으며 SNS에서 우연히 우짱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오늘은 우짱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건 어떨까. 우리를 낳은 엄마의 마음을, 엄마를 생각하는 우리의 마음을 조금 더 이해하는 기회가 될 것 같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엄마#딸#우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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