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지나친 도시 풍경에 이런 비밀이?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입력 2021-10-16 03:00수정 2021-10-16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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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도시의 보이지 않는 99%/로먼 마스 외 지음·강동혁 옮김/504쪽·1만9000원·어크로스
도시는 현대문명의 근원이자 그 결과다. 수많은 아이디어와 지식이 축적돼 도시의 보이지 않는 기반을 떠받친다. 미국 뉴욕의 중심인 맨해튼. 사진 출처 Unsplash
거리 곳곳에서 춤추며 고객을 유인하는 풍선 인형을 쉽게 볼 수 있다.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이 키다리 인형은 1996년 미국 애틀랜타 올림픽에 처음 등장했다. 트리니다드 토바고 출신의 예술가 피터 민셜이 고향 춤에서 힌트를 얻어 고안했다. 미국에서는 농장에서 새를 쫓는 허수아비로도 활용된다.

10년 동안 430여 회가 방송되며 5억 회의 다운로드를 기록한 팟캐스트 ‘보이지 않는 99%’를 책으로 엮었다. 120개가 넘는 에피소드가 폭죽처럼 터지며 현대세계의 알려지지 않은 단면과 숨은 메커니즘을 알려준다.

밤에 도로에서 전조등 불빛을 받아 반짝이는 반사 표시는 누가 처음 만들었을까. 1933년 영국 발명가 퍼시 쇼가 발명했다. 쇼가 안개 낀 밤길에서 반짝거리는 고양이의 두 눈 덕에 사고를 면했다는 일화가 곁들여진다.

피렌체 베키오 다리에도, 남산 N서울타워에도 있는 ‘사랑의 자물쇠’는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게 된 세르비아 장교가 다리 위에서 연인과 사랑을 약속했지만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스에서 새 사랑을 만난 것이다. 그 뒤 연인들이 자물쇠에 이름을 적고 이 다리 난간에 걸어 잠그는 전통이 생겼다.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의식이지만, 세계 곳곳에서 다리 붕괴를 염려한 당국이 자물쇠들을 자르거나 아예 난간을 없애는 일이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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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층 빌딩인 부르즈 칼리파의 엘리베이터는 초속 10m로 1분 만에 124층을 올라간다. 이 엘리베이터를 만든 오티스사는 엘리베이터의 상징처럼 취급되지만 오티스는 엘리베이터 발명자의 이름이 아니다. 가구공장 직원이던 엘리샤 오티스는 1854년 뉴욕 세계박람회에서 엘리베이터 케이블을 끊는 상황을 시연했고 사람들은 환호를 보냈다. 엘리베이터용 안전 브레이크 발명자의 이름이 엘리베이터의 대명사가 된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귀담아둘 교훈도 있다. 소호(Soho)는 뉴욕 휴스턴가 남쪽(South of Houston)에서 유래했다. 이와 비슷하게 미국에는 소마, 노파, 코노 같은 비공식적 도시구역 이름들이 있다. 이런 이름이 붙는 것은 집세가 오르고 예술가들이 떠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의 징조라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리단길’의 이름이 붙는 것과 비슷하다.

이 책에는 나름의 한계도 있다. 대부분의 에피소드가 서구 위주여서 ‘건물 신속진입 상자(녹스박스)’, ‘보도 위의 수수께끼 명판’처럼 우리 주위에서 보기 힘든 사례가 많다. ‘The 99% Invisible City’(99% 보이지 않는 도시)가 원제이지만 전자지도에서 위도와 경도가 각각 0인 지점에 표시되는 ‘없는 섬(Null Island)’처럼 도시와 무관한 사례가 등장하는 등 느슨한 편집도 보인다. 그래도 바쁜 틈틈이 잠시 짬을 내 읽기 좋고, 일상의 숨은 상식을 충전하는 재미도 쏠쏠하니 약간의 아쉬움은 눈감아줄 만하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도시 풍경#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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