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동호랭이 “재능 없어도 춤 노래 좋아서 오디션 보는 아이들이 80%”

히어로콘텐츠팀 입력 2021-07-23 11:41수정 2021-07-23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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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한국산 아이돌 K팝 아이돌은 10대의 젊음을 담보해 만들어진다. 연예기획사라는 전문가 집단이 일면식도 없는 연습생을 모아 함께 먹고 자며 훈련하는 방식은 다른 나라에서 유례를 찾기 어렵다.

이들이 팬들에게 매력적인 아이돌로 태어나는 과정의 뒤에는 연예기획사의 치밀한 계산이 있다. 이런 연예기획사의 아이돌 육성 전략은 일종의 ‘영업비밀’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런 기획 과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다.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이 ‘99℃:한국산 아이돌’을 취재하면서 장기간 대화를 나눈 유명 프로듀서(PD)로 신사동호랭이는 K팝 아이돌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 지를 20년 가까이 들여다 본 인물이다.

그를 통해 아이들은 무슨 생각으로 아이돌을 꿈꾸고, 또 회사는 각각 어떤 생각으로 아이돌 그룹을 기획하고 거액을 투자하는 지 같은 크고 작은 의문을 풀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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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제작자인 프로듀서(PD) 신사동호랭이.


“아이돌도 그냥 평범한 아이들”
― 옆에서 매일 보는 아이돌 멤버들은 어떤가요? 어떤 사람이랄지?

특별한 애들이 아니죠. 데뷔하기 전을 기준으로 보자면, 얘기해보면 헛웃음 나올 정도로 어려요. 외모는 프로처럼 가꿔져 있지만 생각하는 건 일반적인 애들. 그 나이 또래 애들과 다를 게 없죠.

애들이니까 2년 3년 잡고 영어 중국어 시켜도 잘 안 해요. 언어 배우는 것도 일인데 나이가 좀 들면 현실적으로 영어가 필요하다는 걸 느끼지만 아직 어리잖아요. 보통의 어린 학생들하고 똑같다고 보면 돼요.

바빠서 쇼핑도 잘 못하고 그럴 것 같죠? 인터넷 쇼핑으로 엄청 사요. 용돈 받아서 무신사로 엄청 사던데요?

지난 5월 19일, 유명 프로듀서(PD)인 신사동호랭이가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자신의 작업실에에서 프로듀싱 작업을 하는 모습.

― 아티스트 개개인에게 아이돌은 일종의 플랫폼이랄까? 성공을 하더라도 7년 계약이 끝나면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하는 그런 징검다리 같아 보이기도 하는데요?

그렇게 볼 수 있겠네요. 여기를 기반으로 미래를 고민하는. 그렇게 해야 하고 실제로 그렇게들 하고. 결국 계약 기간 7년에서 6년 11개월이 지났을 때 그 다음에 노래든 연기든 예능이든 무슨 길을 볼 수 있느냐. 미리 잘 준비했느냐에 따라서 진로가 또 한번 확 달라지는거죠.

“팬덤 중요해지면서 섹시 컨셉 사라져”
― 요즘은 과거에 비하면 자극적인 컨셉의 아이돌 그룹이 줄어든 것 같은데요?

팬덤이 중요해져서 그렇다고 봐야죠. 과거에는 자극적인 걸 하는 시대가 분명히 있었죠. 일부러라도 논란을 만들고 그래서 언론에 노출되고 그런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던 시대. 그런데 지금은 아니죠. 팬덤은 이런 걸 싫어해요. 누가 아이돌의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소비하느냐를 보면 알 수 있죠.

― 왜 팬덤이 중요해진건가요?

과거엔 아이돌 그룹이 대중형이나 팬덤형이냐 이런 구분이 있었는데 이제는 팬덤 중심으로 넘어왔죠. 음악으로 순위 1위를 해도 팬덤형 가수에 수익성 측면에서 너무 밀려요. 음원 100위 안에도 못 들어가는 아이돌 그룹이 차트 10위권 안에 드는 그룹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 수 있게 됐죠.

특정한 아티스트의 음악을 모두가 들을 필요가 있나? 라는 질문부터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음원 순위와 대중적인 인기를 기반으로 하는 광고나 각종 행사 등의 매출은 변수가 많은데 팬덤은 안정적인 수익이 가능하게 해주죠.

신사동호랭이가 프로듀싱을 책임지고 있는 걸그룹 ‘트라이비’의 싱글 1, 2집 앨범. 신사동호랭이는 “첫 앨범에서 시각적인 분위기가 너무 무겁다는 지적이 꽤 나와서 2집에서는 색감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확 바꿨다”고 말했다.


“돈 보고 진입하기엔 너무 어린 나이… 돈 얘긴 정산 이후부터”
― 아이돌로 성공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이 많은데, 실제로 아이돌이 되려는 아이들도 그렇게 생각들을 하는 걸까요?

그건 아니라고 봐요. 일단, 아이돌을 꿈꾸면서 연습생이 되는 것을 준비하는 시점이 대부분 너무 어려요. 초등학생, 중학생? 이런 아이들이 성공했을 때 얼마나 돈을 번다는 생각을 먼저 할까요? 돈 생각을 하기엔 너무 어린 거죠.

요즘은 아이들이 똑똑해서 사실 아이돌로 성공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 정도는 다 알아요. 그러면서도 도전한다는 건 당당한 것일 수도 있고 이기적인 것일 수도 있고. 아무튼 그때는 돈 많이 벌고 싶으면 아이돌보다는 다른 일을 하는 게 더 현실적인 방법일 수도 있죠.

― 그러면 어떤 아이들이 아이돌 세계에 발을 디디는 걸까요?

춤과 노래가 좋고 관심 받는 것을 좋아하는 애들이 많죠. 꼭 재능이 있어야만 오디션을 보고 하는 것도 아닌 것 같아요. 오디션 심사해 보면 재능이 눈에 띄게 보이지도 않고 그냥 좋아서 오는 것 같은 친구들이 사실 80%예요. 관심 받고 무대에 서고 이런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 요즘은 자기들 나름대로 작은 무대라고 경험해 볼 공간도 많으니까. 그런 경험을 통해서 꿈을 키운달까, 그런 것 같아요.

― 그렇다고 해도 아이돌이 경제적인 성취에 전혀 관심이 없을 수는 없지 않나요?

당연히 그건 아니죠. 데뷔를 하고 제대로 된 정산을 한 다음부터 확 달라집니다. 관심을 확 갖게 되죠. 데뷔해서 성과를 낼 때까지 기업은 먼저 투자해서 비용으로 선지급을 한 것이고 멤버들은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렇게 해서 BEP,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면 비용을 상계한 뒤에 나누고 지급하는 거죠.

플러스 정산을 시작하면 멤버들이 돈 문제로 궁금한 게 많은데 어차피 잘 이해를 못해요. 재무제표를 못 보니까. 그래서 저는 회계사를 고용하라고 추천해요. 고생해서 성공했는데 돈 벌어야죠.

돈이라는 것도 어느 정도 선을 넘어서면 돈보다는 계속 사랑을 받고 성과를 내고 하는데 또 힘을 쏟죠. 요즘은 성공하면 경제적으로는 워낙 많은 걸 얻을 수 있으니까.

지난 5월 19일, 유명 프로듀서(PD)인 신사동호랭이가 서울 강남구 신사동 자신의 작업실에에서 프로듀싱 작업을 하는 모습.



“밤샘작업하면서 글로벌 지향한 것이 한국의 성공비결”

― 한국, 중국, 일본의 음악 관련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차이랄까? 차이가 있나요?

협업을 해보면 일본 업계는 주말에는 일을 안 하는 것 같아요. 메일 보내면 답장 안 와요. 중국은 와요. 우리처럼 밤낮 없이 열심히 하는 거죠. 그런데 중국은 글로벌을 지향하지 않으니까. 일본도 내수 시장을 공략하는데 대기업 위주로 시장이 굳어져서 경쟁도 치열하지 않은 것 같고 그렇더라고요. 우리는 내수 시장이 아무래도 상대적으로는 좀 작으니까 오래전부터 글로벌 시장을 지향해야 하고 그게 체질적으로 깔려있는 거죠.

― 활동 기간에는 밤낮 없이 일을 해야 하는 직원들은 어떤 기대를 갖고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 걸까요?

미안하지만, 커리어라고 얘기를 해요. 저도 마찬가지이고 어떤 일을 했는지가 본인의 몸값을 결정하고 미래를 만드는 거죠. 어떤 세계인지 모르고 들어오는 것도 아니니까요. 지금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이니까 능력을 입증하면 많은 기회가 있을 수 있죠.

“역주행, 사실은 끔찍한 기억”
― 가수들은 성공하면 큰 돈을 버는데 기업은 어떤가요? 하이브의 시가총액이 10조 원을 훌쩍 넘겼는데요?

저야 뭐 프로듀서니까… 회사 경영하는 분들이 잘 알겠지만 기업과 주주는 기업공개하거나 매각하거나 두 가지 길이죠. 큰 돈을 벌 수 있는 건.

K팝 제작자인 프로듀서(PD) 신사동호랭이.


― 본인에게는 어떤 매력이 있는 곳인가요?

수많은 ‘언더독’이 주목받는 산업이라는 점이랄까요? 그리고 언더독이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K팝의 최대 장점이자 가능성 아닐까. 대기업 계열도 진출하려고 했던 적이 있는데 잘 안 됐죠. 돈이 가장 중요하지만 돈이 전부가 아닌 곳. 그래서 굉장히 매력 있는 곳. 학벌도 필요가 없고.

대중의 취향을 예측하기가 참 힘드니까 변수가 많잖아요. 아무리 큰 기획사가 돈을 쏟아 부어서 릴리즈해도 10분의 1의 돈도 안 들인 콘텐츠에 관심을 가질 수도 있는 거고. 소 뒷걸음질 하다가 역주행을 하기도 하는 곳이죠.

국민들의 감정이 많이 투영되는 것 같기도 해요. 워낙 많이 노출되니까 이런저런 감정의 타겟이 되기도 하고. 예측 안 되는 일을 많이 경험하죠. 그런 매력이 있는 산업이죠.“

― 본인도 ‘역주행’ 사례가 많은 프로듀서인데, 그래서 성공했으니 좋았겠어요?

아니에요. 역주행이 어떻게 좋겠어요. EXID ‘위아래’ 역주행할 때 회사 통장에 딱 300만 원 있었어요. 회식할 때 사비 각출하고… 성공할거면 제때 성공하고, 아니면 아닌 거고. 언제까지 또 붙잡고 있어야 한다는 기약이 없잖아요. 돈이 없으면 너무 힘들어요.

‘위아래’ 터지기 전에 마침 애들 정산 다 까주고 행사는 하고 싶으면 편하게 하라고 얘기했는데, 신기하게, 터졌죠. 왜 뒤늦게 터졌는지도 몰라요.

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은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히어로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히어로콘텐츠팀의 ‘99℃: 한국산 아이돌’은 동아일보가 지켜온 저널리즘의 가치와, 경계를 허무는 디지털 기술을 융합한 차별화된 보도를 지향합니다. 기존에 경험할 수 없었던 디지털 플랫폼 특화 보도는 히어로콘텐츠 전용 사이트(original.donga.com)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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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기사 취재: 김배중 임보미 위은지 기자
▽사진·동영상 취재: 송은석 기자
▽그래픽·일러스트: 김충민 기자
▽편집: 홍정수 기자
▽프로젝트 기획: 이샘물 이지훈 기자
▽사이트 제작: 디자인 이현정, 퍼블리싱 조동진 김하나, 개발 최경선 박유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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